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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의 늪… “안심전환대출·대환 대출 활용하고 소비 줄여야”

오팔86 2022. 11. 3. 22:38

한미 금리 차 확대… “금리 인상 불가피”
“과다 채무 주택보유자 주택 매도 급증”

 

“금리 인상 충격이 이리 클 줄 몰랐네요. 이러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직장인 김 모(32)씨는 지난해 매수한 수도권 소재 오피스텔 가격을 낮춰 급매로 내놨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대출 이자 부담에 투자한 주식도 모두 팔았다. 김씨의 연간 대출 원리금상환액 합계는 연소득의 70%를 넘는다.

2년 전 3억원 가량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수도권 소재 9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매한 최 모씨는 80만원씩 내던 이자가 최근 월 160만원으로 불어나 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하고 있다. 최씨가 2년 전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당시 금리는 연 2.6%였다. 하지만 지난해 3.1%로 뛰더니 이달 6.4%가 됐다.

 

최씨는 “금융채 1년물 변동금리형 대출이 이리 무서운 줄 몰랐다”면서 “최근 주거래 은행 대출 상담을 통해 제시받은 고정금리가 연 5.95%인데, 현재 대출 이자율과 큰 차이가 없다 보니 대환 대출을 하는 게 맞을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라는 터널이 이어지는 가운데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약 80% 변동금리형 대출이라, 금리 인상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 부담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만기를 늘리고, 고정금리형 대출로 갈아타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연방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려 미 기준금리가 3.75~4%에 도달했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격차는 다시 1%p까지 벌어졌다. 다시 한미 금리차가 확대된 만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3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내걸린 금리 현수막. 2022.11.3 /연합뉴스
 
 

◇ 세계 1위 가계부채… 금리 오르자 변동금리형 대출 불안 고조

 

금리 인상기에 돌입하면서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취약점이 부각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간 저금리 기조 속 가계 빚이 급증한 가운데,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로 받은 대출 비중이 80%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5%로 나타났다.

 

반면 주요 선진국은 고정금리 비중이 높다. 미국은 주담대 시장에서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이 2019년말부터 작년 말 기준 평균 98.9%였다. 미국 연준의 과감한 기준금리 인상에도 고정금리형 대출이 많은 구조가 완충 작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형 대출이 많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신규 대출에 한해 금리 인상 영향을 받는 반면, 변동금리형 대출이 많은 한국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비용 상승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등에 과감하게 투자한 20~30대의 상황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 정책하에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가치가 일제히 조정 국면에 진입해 기대이익은커녕 이자 비용만 늘고 있어서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정책 기조를 뒤집지 않는 한, 앞으로 변동금리형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점이다. 은행의 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인 코픽스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픽스는 8개 은행이 제공한 자금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해 산출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다. 코픽스가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도 오르게 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수신 금리를 올려 정기예적금에 돈이 몰리고 있고, 이에 따라 은행의 조달 비용이 증가해 다시 대출 금리를 밀어올리는 구조다. 2일 기준 단기 코픽스는 3.88%, 9월 말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다. 오는 15일에 공시될 10월 코픽스는 한은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돼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기에 진입하면서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택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해왔다. 하지만 시장 수요자들은 여전히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정금리가 장기금리 변동을 반영해 변동금리보다 빠르게 올라 변동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니, 당장의 금리 수준만 보고 결정한 것이다.

 

현재 은행권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4.9~연 7.48%다. 고정금리(혼합형)형 금리는 연 5.1%~연 8.09%다. 불과 두 달 전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 4.07%~6.33%, 고정금리가 연 4.45%~6.42%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고정금리로 대출을 실행하는 게 나은 판단이었다. 현재 은행권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 최고 8%대까지 치솟아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도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6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 /연합뉴스
 
 

◇ 고정금리형·금리상한형으로… 7일부터 안심전환대출 요건 완화

 

금리 인상기에 감당하지 못할 대출은 받지 않는 게 최선이다. 불가피하게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고정금리형 대출을 이용하고, 대출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정책 모기지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2금융권에서 받은 변동·혼합형 주담대를 3%대 장기·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갈아타게 해주는 안심전환대출도 조건에 부합한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연 3.8~4.0%(저소득 청년층은 연 3.7~3.9%)다. 변동금리 인상 속도를 감안하면 해당 상품으로 대환해 이자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오는 7일부터 안심전환대출 신청요건을 완화하고 대출한도를 상향해 2단계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주택가격 기준이 6억원 이하로 상향됐고, 부부합산소득도 1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대출한도도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안심전환대출은 주금공이나 NH농협·국민·기업·신한·우리·하나은행 등 6대 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 은행 6곳에서 주담대를 받았다면 해당 은행에서, 그 외 금융사라면 주금공에 신청하면 된다.

시장 일각에선 차주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격을 낮춰 매도 처분하는 것도 최후의 방안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최근 과다 채무 주택보유자의 주택 매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금리가 더 오르면 매수자를 찾는 게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금리가 이미 5%를 넘어섰다”며 “정부가 대출 이자를 보전하지 않는 한 시장에 신규 매수 수요가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인데, 이도 합당한 대응책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아닌 차주의 경우, 정부가 확대 시행 중인 ‘금리 상한형 특약’을 이용해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변동금리 차주가 일정 금리를 추가 부담하면 향후 금리 갱신 시 금리 상승 폭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주는 것이다.

 

금리 인상 폭을 직전 금리 대비 연간 0.45%p~0.75%p로 제한해 5년간 2%p까지만 오르게 된다. 은행별로 가입비 명목의 가산금리 차이는 있다. 기존 대출에 특약을 추가해 별도 심사 없이 금리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고, 계좌별로 한번씩만 신청·철회할 수 있다.

 

금리 인상 흐름을 감안하면, 고정금리형으로 신규 대출을 실행하는 편이 낫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게 현 시장의 중론인 만큼, 지금으로선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낫다”면서 “대다수 은행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꿀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고정금리 대출 확대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금리가 크게 오르는 시기에는 고정금리 대출 확대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거주 목적으로 집을 샀더라도 무리한 대출로 원리금 상환 여력이 없다면, 전월세를 놓아 세입자를 찾고 좀 더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면서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조언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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