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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반도체 산업 - 한 해 영업이익만 80조…'슈퍼사이클'은 어디서 왔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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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반도체 산업 - 한 해 영업이익만 80조…'슈퍼사이클'은 어디서 왔을까

오팔86 2018. 11. 12. 15:56
2년여만에 D램 가격 하락…최대 실적에도 우려 팽배
PC→모바일→서버로 이어진 반도체 수요…지금은 정체기?

2016년 이후 '슈퍼사이클'이라고 불려온 한국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국면이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는 공포감이 팽배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지난 3분기에 또 한번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조금도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에서 20.8%를 차지하는 핵심산업이다. 국내 총생산(GDP·2017년 1조5000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7%에 달한다. 반도체 중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가 수출의 대부분이다. 반도체가 휘청이면 한국 경제 성장엔진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내부 전경.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호황이 끝난다는 주장에도 나름 근거는 있다. 실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수출품목인 D램 고정거래가격이 최근 10%대의 급격한 낙폭을 기록했다. 2년 4개월동안 줄곧 오르기만하던 D램이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올초부터 국내외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제기된 '반도체 고점론'이 결국 사실로 맞아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 3년간 이어진 '승자들'의 파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보면 간단하다.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하거나 혹은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가격이 떨어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가격이 오르게 된다. 가령 지난 10월 D램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실제 공급량보다는 4분기부터는 반도체 수요가 기대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등 다섯개의 '빅 플레이어'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Chicken Game·죽기살기식 가격경쟁)이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면서 한때 전 세계 곳곳에 난립했던 반도체 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소수 기업만 남게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갑자기 반등을 시작해 슈퍼사이클에 이르게 된 건 애플의 아이폰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스마트폰 혁명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전까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납품처는 주로 PC 회사들이었다. PC 시장의 등락에 따라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도 좌우되는 구조였던 것이다.

2010년대부터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대형 스마트폰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D램, 낸드플래시 등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최대의 메모리 기업인 삼성전자가 모바일 수요를 맞추기 위해 PC용 D램 생산을 줄이자 반대로 PC용 D램 공급이 부족해지며 가격이 폭등했다. PC용 D램을 주력으로 삼던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급상승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

◇ 슈퍼사이클 바톤 이어받은 서버용 메모리

최근 3년 동안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을 주도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서버용 D램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버용 D램은 영업이익률이 40~50% 수준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매출 비중에서 한자릿수를 전전하던 서버용 D램 매출은 현재 30%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메이스 카운티의 구글 데이터센터. /구글 제공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유례없는 실적 신기록 행진을 벌인 것도 서버용 D램의 수요 확대와 무관치 않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FAANG, BAT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시설 투자가 전년보다 무려 44% 증가한 829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5년 사이에 투자 규모가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PC와 모바일에 이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바톤을 받아든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IT업계 최대의 '큰 손'인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와 BAT(바이두, 알리바바바, 텐센트)가 설비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최근 D램 가격 하락세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상황도 그리 낙관적이진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이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보다 31%포인트 하락한 13% 수준으로 전망된다.
 최근 6~7년 동안 설비투자 증가율이 10% 수준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양호한 증가율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두 기업의 생산능력이 과거보다 향상됐고 또 실적에 때한 높아진 눈높이를 감안하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가 워낙 심각한 상황이었고 최근에는 공급과 수요가 적당한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며 "PC용 D램 가격이 최근 하락한 것은 공급과잉, 수요부진보다는 각 기업들의 D램 재고와 연관이 깊기 때문에 일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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