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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약점 ‘장자연과 김학의’…경찰의 약점 ‘승리와 정준영’

오팔86 2019. 3. 22. 04:48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 씨의 카카오톡 대화를 경찰이 공익 제보 형식으로 접수된 것은 지난주 초. 하지만 경찰은 너무 뜸을 들였다. “‘경찰총장(오기)’이 뒤를 봐줬다”는 대화 등을 발견한 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상황’까지 진행해야 할지를 검토했다. 그 탓에 수사를 본격적으로 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SBS 보도가 나오면서 등 떠밀리듯 수사는 시작됐다. 윤 아무개 총경이 승리 등의 뒤를 챙겨줬다는 의혹에 골프를 치는 등 친분이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수사팀은 152명까지 확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제대로 발목이 잡혔다. 

빅뱅 맴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경찰이 ‘현재진행형’ 사건에 전전긍긍 하고 있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나머지 한 축인 검찰은 ‘과거완료형’ 사건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당시 동영상이 “김학의인 게 확인이 가능할 정도”라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발언과 함께, 사실상 재수사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또 다시 하라는 것이냐”는 반발도 적지 않지만, 국민적 여론을 이기기는 힘든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클럽 버닝썬으로부터 시작된 경찰 사건부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고 장자연 씨 성접대 의혹까지 성역 없는 철저한 사실 관계 확인을 지시했고, 검찰을 지휘하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경찰을 지휘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가지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나란히 서서 함께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앞둔 외나무 다리 결투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는 평이다. 

# 버닝썬 사건부터 줄줄…경찰의 망신  

경찰의 가장 아픈 부분은 단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윤 아무개 총경의 사건 관여 의혹이다. 

윤 총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던 지난해 초 한국에서 유리홀딩스 유 아무개 대표와 부인인 배우 박한별 씨,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씨와 함께 골프회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승리 등이 들어가 있던 대화방에서는 “경찰총장(윤 아무개 총경의 오기)이 챙겨준다. 뒤를 봐준다”는 대화가 이뤄졌던 상황.  

경찰이 유착 의혹 중심에 있는 윤 총경을 출국 금지하고, 계좌의 거래 내용과 통신 기록을 파악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윤 총경이 유리홀딩스 대표 유 씨와 승리의 업소가 단속에 걸렸을 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불법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최종훈 씨를 조사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 표를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 아레나, 버닝썬 수사 따라 추가 여파 가능 

김상교 씨 체포 과정도 논란 확산 가능성이 상당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클럽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 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무시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19일 브리핑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김 씨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욕설한 것은 한 차례였는데 ‘(김 씨가)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다. 피해자가 장 씨를 폭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부풀려 현행범인 체포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아레나, 버닝썬 등 강남 일대 클럽과 강남 일대 경찰들의 비호 및 유착 관계 등도 수사 중이라 입건되는 경찰 피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버닝썬이 지난해 7월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려고 전직 경찰관 강 아무개 씨에게 2000만 원을 건넨 의혹도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강 씨를 구속하고, 당시 사건을 맡았던 강남경찰서 경찰관은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밖에도 가수 최종훈 씨는 2016년 2월 용산구 이태원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면허정지 100일,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을 때에도 용산경찰서 관계자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무마해줬다는 의혹도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 검찰 ‘김학의’ 고민 2번의 면죄부 어떻게 설명하나 

검찰은 과거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다. 지난 2013년 진행됐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 건설업자 윤 씨가 찍은 고화질 원본 영상과 이 원본을 휴대전화로 찍은 저화질 사본 등 2개 영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은 2개월 활동 연장과 함께,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 

그리고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에 직격탄이 될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14일 국회에 출석해 이 원본과 사본을 모두 검찰에 넘겼다고 밝히며 “흐릿한 영상(사본)은 (2013년) 3월에 입수해 감정을 의뢰했고, 명확한 영상(원본)은 5월에 입수했는데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어서 감정 의뢰 없이 동일인이라는 것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6년 만에 사건을 다시 살펴보고 있는 대검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검찰에 넘겼다는 고화질 원본을 검찰 측에서 받지 못한 상황. 조사단 측은 “어디서 원본이 증발했는지 모르겠다. 원본 처리 과정도 조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에게 무혐의를 준 명분인 “본인인 게 확실하지 않다”라는 근거가 흔들리면서, 검찰의 과거 사건 처리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에 하나, 김학의 전 차관으로 볼 수 있다는 고화질 영상이 사라지는 과정에, 윗선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얼마든지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 장자연 사건 처리 과정도 ‘의문’ 검, 스스로 치부 파나 

장자연 씨는 지난 2009년 유력 인사들로부터 성상납을 강요당했다고 폭로한 뒤 세상을 떠났다. 그 후 분당경찰서와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이 성상납 의혹에 대해 수사했다. 하지만 수사는 미진했다. 이름이 거론된 유력 재계, 언론계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는 없었고,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올린 5명 정도에 대해서도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수사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검찰 관계자는 “유력 언론사 등이 관여돼 있어 검찰의 사건 처리가 자유롭지 못했다”는 귀띔을 했는데, 검찰 과거사위의 추가 조사에 따라, 검찰 내 사건 처리가 외압에 흔들렸다는 사실들이 등장할 경우 검찰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출석한 가운데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강남 클럽 ‘버닝썬’ 부실 수사 논란과 경찰관 유착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박은숙 기자


# 청와대 판단은? “승자는 정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각자 자신의 조직의 치부를 수사해 잘못을 밝혀야 하는 상황.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승자는 정해졌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과거’ 사건에 연루된 검찰이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법원 관계자는  "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솔직히 정준영 몰카 등보다 더 악질적이고 나쁘다고 본다" 면서도 "검찰 사건은 벌써 5년 이상 흐른 사건들이고, 당시 수사 라인 개개인의 문제로 넘길수 있다. 반면 경찰은 현재 의혹이 계속 환산되고 있어 불리한 부분이 많다고 본다: 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도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청와대가 너무 무리하게 끌고 갔고, 경찰이 거기에 편승해 얘기한 감이 없지 않다”며 “지금 국회도 경찰보다는 검찰 편이지 않냐. 여당 의원들도 (검찰은) 우리 편인데 뭘 고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경찰이 원하는 수사권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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