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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1260억어치 뚝딱…국내 유일 돈 공장 가보니

오팔86 2019. 6. 19. 16:15

5만원권 발행 10년…경산 조폐공사 화폐본부 방문
목화솜부터 신사임당까지…8개 공정 40일 소요

"촬영은 금지돼 있습니다. 휴대폰 카메라 렌즈에 스티커를 부착해주세요."

18일 오후 경북 경산에 위치한 '돈 공장'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 도착하기 전 기자단은 스티커 한 장씩을 건네받았다. 사진 촬영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서다. 사전에 등록한 촬영 인력들 조차 별도의 서약서를 받고도 제한적인 촬영만 가능했다. 정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정문 출입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제출해야했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보안검색대를 지나야 했다.

화폐본부는 곳곳에서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5만원권을 비롯한 각종 지폐와 주화들이 생산되는 이 곳은 철저한 보안을 요구하는 '가'급 국가 중요 보안시설이다. 46만여m²의 대지 곳곳에 400여대의 CCTV가 설치됐고, 40여명의 경비인력이 밤낮으로 상주했다. 지폐와 동전을 만드는 인쇄처와 주화처의 출입구는 담당자의 지문인식으로만 통과가 가능하다. 모두 화폐 반출 사고를 철저히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18일 오후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의 인쇄처를 방문한 취재진이 평판인쇄 후 전지를 살펴보고 있다/조폐공사 제공

 

 

 

화폐본부 직원을 뒤따라 인쇄처로 들어가자 기계의 굉음과 잉크 냄새가 귀와 코를 자극했다. 수십여대의 기계가 가동돼 5만원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폐의 품질을 위해 이곳은 365일 온도 23±3℃, 습도 55%를 유지한다. 박상현 생산관리부 차장은 "여러 겹을 인쇄하다보니 불량을 막기 위해 늘 같은 온도,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제작은 40일간 총 8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공정은 목화솜으로 만들어진 흰 종이를 부여 제조본부에서 공급받으면서 시작된다. 가로, 세로 각각 671mm, 519mm크기의 전지인 이 종이는 5만원권을 28장 인쇄할 수 있는 크기다. 이 종이에는 이미 신사임당의 모습의 은화(숨은 그림)와 가느다란 입체형 은색 선이 삽입돼 있다. 하루동안 5만원권이 인쇄된 전지의 생산량은 약 9만장으로 이를 금액을 환산하면 약 1260억원 어치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유환신 인쇄처장은 "최근 은행권 사업량이 줄면서 1개라인만 운영하고 있다"며 "한은으로부터 1년치 제조량을 수주해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의 첫 단계는 바로 이 흰 종이에 바탕그림을 찍는 평판인쇄 과정이다. 은선와 은화, 미세문자 등 보안요소가 첫 단계부터 들어간다. 각 인쇄단계마다 건조하는 데 4~5일이 걸린다. 이후 스크린 인쇄과정에서 50000원, 10000원 등 액면금액이 찍는 데 특수 색변환 잉크를 사용에 각도에 따라 보라색에서 녹색으로 다르게 보이게끔 한다. 이 역시 위·변조 방지 기술이다. 이후 지폐 앞면에 150℃의 높은 열과 압력을 사용, 홀로그램을 부착한다. 5만원권의 경우 신사임당 왼편에 띠 형태로 홀로그램이 들어가는데 지세히 들여다 보면 대한민국 전도와 태극마크, 액면숫자가 삽입돼 있다.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인쇄처의 직원이 5만원권의 검사과정을 진행하고 있다./조폐공사 제공

 

 

신사임당의 이목구비는 이 다음 단계인 요판인쇄에서 나타난다. 오목한 인쇄판에 잉크를 넣어 찍는 기술로 건조 후 신사임당 얼굴을 만져보면 잉크가 볼록하게 올라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요판인쇄 기계는 상당히 고가여서 지폐 인쇄 외에는 사용이 잘 되지 않는다. 이후 전지를 특수기계에 넣어 검사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잉크가 튀거나 색이 번지는 불량 인쇄 여부를 판별한다.

이 과정에서 완성된 완지와 일부 불량이 섞인 잡완지, 불량인 손지가 구분된다. 이 중 완지와 잡완지 만이 지폐 고유번호를 찍은 활판인쇄 과정으로 넘어가 단재·포장이 가능하다. 잡완지의 경우 전지를 지폐로 잘라내는 단재 과정에서 분류돼 불량 부분은 폐기처분 된다. 한국은행으로 납품되는 단위는 5만원권 100장 단위를 총 100개 묶어 금액으로는 5억원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조폐공사의 화폐생산량은 급감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대중화되고 간편결제가 늘어난 데다 ‘동전없는 사회’ 사업까지 진행되면서다. 2009년 10억장 수준이던 은행권 제조량은 지난해 6억장으로 줄었다. 화폐생산 과정에서 개발한 위변조 방지 기술로 사업영 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념지폐와 백화점 상품권 온누리 상품권을 비롯해 기념메달과 주화 등이 대표적이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4806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화폐 품질 측면에서는 어떤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정품인증 보안레벨을 만들어 공급하는 등 화폐 만드는 기술로 민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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