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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0세 정년연장 첫발... 3년후 '계속고용제' 논의 개시 본문
"고령층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 기업에 전가" 반응도
정부가 ‘생산연령인구 확충 방안’의 하나로 기업에 60세 이후 일정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는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할지 2022년부터 논의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년문제는 정책과제화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학계 연구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정년 연장과 같은 효과를 내는 제도를 도입할지 3년 후에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18일 홍 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확정된 ‘생산연령인구 확충 방안’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은 ‘기업 현실과 괴리된 탁상공론’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고령층 인력 채용 확대로 대응하겠다는 발상에 "고령층 인구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기업들에 전가하려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만 60세 이상 고령층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임금체계·근로형태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방안에는 소극적인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내우면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던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 규칙 완화 등을 전(前) 정부의 적폐로 몰아 백지화시켰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직무급제 확산 등을 단기추진 과제로 제시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노동조합이 합의하지 않으면 도입되기 힘든 과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실상 정년 연장인 ‘계속 고용’, 2022년부터 도입 논의
정부가 지난 4월 범(凡)정부 인구정책을 구성했을 당시 현재 만 60세인 정년 연령을 연장하는 내용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지난 2월 대법원이 육체 노동자의 취업 가능 연한을 65세까지 올린 것의 후속 대책을 인구TF 등을 통해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할 고령 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0.4명에서 2067년 102.4명으로 5배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법정 정년을 5년 늘린 65세로 연장하면 노인 부양비 증가속도가 기존 전망에 비해 크게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홍남기 부총리도 정년 연장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는 지난 6월초 TV대담 프로에 출연, "정년 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며 "인구 구조와 관련한 대응 TF(태스크포스)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정년 연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정부 대책에는 명시적인 ‘정년 연장’ 방안은 없었다. 대신 기업에 60세 이후 일정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 도입 논의를 2022년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도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년문제는 정책과제화 단계는 아니지만 학계 연구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면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안팎에서는 경기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 명시적인 정년연장 논의에 걸림돌이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기둔화 여파로 9~10%대 청년실업률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층 정년 연장이 청년층의 취업시장 진입을 구조적으로 가로막는 요인이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는 얘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경기 부진으로 기업측의 고용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늘리면 고령층 고용이 증가하는만큼 청년층의 고용시장 진입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을 감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시 이마트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해 배송 상품을 분류, 포장하고 있다. /조선DB.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없는 정년 연장, 작동하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년연장’에 가까운 정부 대책이 정책 의도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근로조건의 합리적 조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금만 믿고 청년층에 비해 고임금인 고령층 고용을 늘릴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고령층 채용 확대 조치가 실질적인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파격적인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고령층 고용 확대를 위해 직무중심 임금체계 구축, 장년근로시간 단축 등을 내년까지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지만, 임금과 고용형태는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사안이라는 측면에서, 정부 방침만으로 확대·도입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년 연장 등 고령층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기업 현장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 확대가 필수적인데, 현 정부는 이 두가지 취업 규칙 완화 조치를 백지화시켰다"면서 "일본처럼 정년을 연장시킬 때는 기존의 고용 계약을 종료시키고, 새로운 고용계약을 맺도록 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정부 정책이 만 60세 이상 고령층 고용을 확대하는 것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층 고용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정책이라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만 58세였던 법정 정년을 2013년부터 60세로 끌어올린 조치 이후 기업의 노무 비용이 증가한 상황에서, 고령층 고용 확대로 인한 부담을 기업에 추가적으로 짊어지게 만드는 조치라는 게 현장 의 목소리다.
한 대기업 임원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업의 생산 시스템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공장 자동화 등으로 생산 인력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든다고 고령층 채용을 늘려 대응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노인층에 대한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