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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부진에 삼성전자, 지난해 영업익 27조 '반토막'

오팔86 2020. 1. 30. 14:34

4분기 영업익 7조1600억, 연간 27조7700억
D램 회복, 폴더블 스마트폰 활약이 올해 ‘관전 포인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7조1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이달 초 삼성전자가 잠정 집계해 발표했던 7조1000억원보다 약간 늘어난 것으로, 당초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치였던 6조5000억원대를 웃돌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가 3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그친 것이 작용했다. 지난해 내내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133조원을 들여 육성하고 있는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수요를 끌어낸 덕분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연합뉴스

 

 

QLED 등 초대형 TV 판매가 호조를 보인 가운데 프리미엄 외 스마트폰 라인업의 판매가 늘어난 것도 7조원대 영업이익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전날 성과급이 없다는 통지를 받은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중소형 사업부에서 모두 부진했다.

◇ 부품사업 부진, TV·스마트폰 등 세트가 살렸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매출액 59조8800억원, 영업이익 7조16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0% 늘었고, 영업이익은 33.7% 감소했다.

연간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매출은 230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7조77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매출액(243조7700억원)과 비교하면 아주 크게 부진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영업이익(58조8900억원)만 놓고 보면 절반가량 쪼그라들었다. 그간 실적을 견인해 온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실적이 부진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사업부별로 보면 반도체는 4분기에 매출 16조7900억원에 영업이익 3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이끌고 있는 두 축 중 하나인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데다 D램 역시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이 기간 서버 수요가 늘었다. 여기에 5G(5세대)이동통신 본격 확산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쓰임새도 늘어났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이미지센서 등 주요 부품 공급 확대와 함께 모바일 5G 칩, 고화소 이미지센서, 중국 고성능 컴퓨팅(HPC) 칩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도 견조하게 늘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4분기에 매출 8조500억원, 영업이익 220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라인 가동률 하락에 따라 비용이 늘었고, 일부 프리미엄 제품군의 수요도 약했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도 판매 감소, 가격 하락이란 구조적 불황 여파에 적자 폭이 확대됐다.

IM(IT·모바일) 부문에서는 4분기에 매출액 24조9500억원에 영업이익 2조5200억원을 기록했다. 무선 사업에서는 프리미엄 모델 판매 감소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줄었으나, 갤럭시 A시리즈 주요 모델이 수익성을 유지한데다 마케팅비를 효율적으로 운영, 비용을 줄이면서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다.

네트워크 사업은 국내의 경우 5G망이 지난해 상반기 조기 확산하면서 매출이 감소했다. 다만, 미국과 일본 등 해외 5G 매출은 증가했다.

같은 기간 CE(소비자가전) 부문은 매출액 12조7100억원, 영업이익 8100원을 올렸다. TV는 주력제품인 QLED TV 판매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면서 75인치 초대형 TV시장에서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생활가전에서도 비스포크 냉장고, 대형 건조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 실적이 개선됐다.

◇ 바닥찍고 턴어라운드?

삼성전자 실적 개선의 관건은 역시 반도체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만 분기당 10조원 이상(2018년 기준)의 영업이익을 올려 왔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호황의 꼭지점이었던 2018년만큼까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는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을 25조원 올릴 것"이라며 "D램 수요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공급회사들의 보수적인 설비투자가 유지되는 한 수급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구조적인 공급 과잉, 수요 약세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르면 올해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집계를 보면, D램 가격은 지난 12월 말까지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멈췄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지난 6월 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을 이끌 두번째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 이미지. /원퓨처

 

 

다만 1분기까지는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될 AP, 이미지센서, DDI(디스플레이구동칩) 등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올해는 5G 시장 성장과 고화소 센서 채용 확대에 따른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분기 실적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등 고부가 신규제품 대응에 집중하는 한편,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수익성이 안 좋은 LCD(액정표시장치)에서 QD디스플레이로의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갤럭시S20과 두번째 폴더블폰인 ‘갤럭시 Z플립’ 등의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전분기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올해 도쿄올림픽이라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삼성전자의 TV 판매량 호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D램 가격 반등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 대감이 커지고 있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도 앞당겨질 수 있다"면서 "또 최근 폴더블폰에서 삼성전자가 치고나가고 있는 만큼 IM부문에서도 올해 본격적으로 영업이익을 더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되는 것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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