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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할머니들 생존 비용 외엔 후원금 1%도 안 썼다

오팔86 2020. 6. 5. 02:12

‘나눔의집’ 시설 운영비 통장내역 입수…5년 후원금 분석

회계부정과 후원금 사적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나눔의 집’. 이준헌 기자

 

 

연 최대 6000만원 지원액 중
문화비·의복 극히 일부 지출
2016년 외식비 내역은 ‘0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거주시설 나눔의집에서 할머니들의 기본적 생존 비용 이외에 문화활동·복리증진 등에 사용된 후원금은 1%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불교 조계종 나눔의집 법인은 후원금 중 매년 4000만~6000만원을 시설로 보내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해왔다. 나눔의집에서 사용된 후원금 상세내역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2015~2019년 ‘나눔의집 시설 운영비 통장내역’을 분석한 결과, 시설관리비·식비 등 기본적 생존비용을 제외하고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 프로그램, 의복에 지출한 금액은 극히 일부였다. 2016년 나눔의집 후원금으로 약 17억원, 법인에서 시설로 보낸 전입금이 2500만원이었으나, 시설 생활 할머니들의 나들이나 외식을 위해 지출된 내역은 0원이었다.

그해 5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는 ‘정서적 안정지원 사업비’로 105만원을 지급했다가 사업비를 정산하는 12월 그대로 반납받았다. 당시 여성인권진흥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치료 및 맞춤형 지원 사업’ 안내에 따르면 ‘나들이 활동 및 명예활동비’ ‘생신잔치 및 기념일’ ‘가족 상담 치료’ 등 지원을 위한 사업으로 소개된다. 내부고발 직원 ㄱ씨는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아 반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엔 ‘정서적 안정지원 사업비’로 차량주유 17만원, 간식 구입 32만원이 지출됐다.

 

‘나눔의집’ 후원금 반환 청구 ‘나눔의집’ 후원자들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후원 취지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다며 기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나들이나 외출을 위해 지출된 내용도 적었다. 2015년 민속촌 나들이와 외식 등을 위해 약 76만원, 2017년 생태공원 나들이와 진료 후 식대를 포함해 약 8만원이 사용됐다.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2018~2019년이 돼서야 나들이와 외출이 잦아졌다.

외출이 어려운 할머니의 운동을 돕고 말벗을 위한 ‘일대일 케어 지출’ 90만원은 2019년 처음 사용된다. 나눔의집 직원 허정아씨는 “할머니들이 병원에 가는 것 빼고 항상 무료하게 같은 공간에 계셨다”며 “직원들이 문제제기해서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은 할머니들의 의복조차 지원해주기 어려웠다고 했다. 통장 내역에 따르면 2015·2017·2018년 의복 구입 지출내역은 없었다. 미용 비용이 2016년 24만원, 2019년 1만원이 전부였다.

지난해 8월 나눔의집 소장과 사무국장 등 운영진과 직원, 법인 이사 등이 모인 회의에선 “할머니가 겨울에 여름 신발을 신고, 돈이 없으면 옷을 못 산다”는 직원들의 지적에 운영진이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시설 운영비 통장내역을 분석한 직원들은 2015년부터 나눔의집 법인에 모금된 후원금 중 1%도 할머니를 위한 직접적인 비용으로 쓰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상생활 등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비용을 제외하고 ‘할머니 관련 지출’을 추출했을 때 2015년 전체 후원금 9억원 중 할머니 관련 지출 76만원(0.08%), 2016년 17억원 중 0원(0%), 2017년 17억원 중 8만8500원(0.005%), 2018년 18억원 중 156만원(0.087%), 2019년 26억원 중 518만원(0.2%)이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법인에서는 시설이 매년 4000만~6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할머니들을 위해 썼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시설 운영비로 대부분 사용됐다”며 “할머니 개인을 위해 직접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출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장내역이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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