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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인' 외친 국회, 사무처는 임대료 4년새 150% 올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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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인' 외친 국회, 사무처는 임대료 4년새 150% 올려

오팔86 2021. 1. 21. 15:29

'착한 임대료'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입점 점포의 임대료는 꾸준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소통관에는 국회 직원 및 외부 방문객을 위해 카페, 푸드코트, 마트 등이 입점해 있다.

 

 

국회 소통관. /양범수 기자

 

21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국회 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소통관 입점업체들로부터 약 9억821만원 가량의 사용료를 받았다. 소통관은 2017년 6월 공사가 시작돼 지난해 12월 준공식을 갖고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이 건물에는 마트와 푸드코트, 전통찻집 등 모두 22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국회는 본청과 의원회관에 입점한 업체들로부터 연간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이들이 지급하는 임대료는 꾸준히 증가했다. 조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국회가 2017년부터 입점 업체들로부터 받은 사용료를 분석한 결과 업체들이 지급한 제곱미터(㎡)당 평균 연간 사용료는 △2017년 86만 6588원 △2018년 96만9480원 △2019년 116만7718원 △2020년 131만1368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 동안 약 1.5배 오른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역 주변 소규모상가의 월평균 임대료는 ㎡당 3만800원 수준이었다. 국회 소통관 처럼 1층에 있는 경우에도 평균 4만380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계산해도 1층 상가의 경우 ㎡당 52만5600원으로 국회 입점 점포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2.5배가량 비싼 셈이다.

국회 사무처는 임대료가 증가하는 것은 국회 입점 방식이 '최고가 입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입점 업체와 계약기간이 끝나서 새로 입찰 공고를 낼 때마다 입찰 업체들의 경쟁으로 연간 사용료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정부 자산 공매도 시스템인 '온비드'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2월 소통관 입점 업체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을 냈다. 이 가운데 건물 1층에 있는 72.48㎡짜리 베이커리의 경우 당초 공고에 예정된 연간 사용료는 5642만5760원이었지만, 최종적으로 2억4546만원에 낙찰됐다.

소통관에 있는 다른 업체들도 입찰 과정에서 사용료가 큰 폭으로 올랐다. 28.88㎡짜리 문구점(2248만원→5115만원), 20.36㎡짜리 전통찻집(1584만원→4292만원), 28.88㎡짜리 와인판매점(2248만원→4292만원) 등도 공개 입찰에 표기된 예상 사용료보다 비싼 임대료로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입점 업체가 입찰에 최고가를 제시하지 못해 재입점에 실패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약 2년 4개월 동안 국회 의원회관 1층에서 뚜레쥬르 국회점을 운영한 가맹점주는 소통관 베이커리 공개 입찰에 낙찰받지 못했다. 의원회관 1층에 있던 점포들은 소통관 안에 판매점이 들어서면서 폐점했다. 임대료 부담 때문에 기존 영업장을 정리한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국회 입점 계약은 푸드코트,베이커리, 전통찻집 등 초기 시설비가 많이 드는 경우엔 3년짜리 계약이며 그렇지 않은 나머지는 2년짜리 계약으로 체결된다. 첫해 임대료는 최고입찰가로 지불해야하고, 두번째 해부턴 국유재산법 시행령에 따라 임대료가 낮아지는 방식이다.

국회 소통관에 입점한 22개 업체 가운데 마트 하나로마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상공인이다. 국회 입점업체에 대한 최고가 입찰이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존 뚜레쥬르 국회점 자리에는 파리바게트가 들어와 있지만 개인 점주가 가맹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8월 국회 출입기자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출입증을 소지한 사람만 출입을 허용하고 공용 공간의 좌석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방역 수칙을 강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각 국회의원실 및 부서에 소속 직원 3분의 1 이상을 재택근무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회 소통관 입점 업체들은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국회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소통관 내 카페 앞 공용공간의 좌석을 사용하지 못하게 묶어둔 모습. /양범수 기자

 

 

소통관에서 전통찻집을 운영하는 점주는 "입점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전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방역대책 시행 이후로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소통관 외부에 위치한 카페는 장사가 잘 되는 반면 (이곳은) 내부 매장인데도 앉을 자리가 없어 영업이 어렵다"고 했다. 파리바게트 점주도 "방역 대책이 강화된 이후로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국회는 임대료와 관련한 조 의원의 질문에 지난해 4월 발표된 소상공인에 대한 국유재산 사용료 및 대부료 한시 인하에 관한 기획재정부 고시에 따라 "지난해 입점 업체 대부분이 2000만원 할인된 가격으로 입점했다"며 "그렇지 않은 분들도 대부분 환급 받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다수당이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착한 임대인 운동’을 내세우는 것과 국회 입점업체에 대한 고액 임대료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21대 국회 운영을 책임진 국회 사무총장은 3선 의원 출신인 김영춘, 이춘석 전 의원 등 여당 중진 정치인 출신들이 맡아오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착한 임대인 운동, 소상공인 지원 법안 발의를 내세우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자기 집에 입점한 임대인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격"이라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왼쪽)과 이춘석 국회사무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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