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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패권전쟁 가세한 마이크론…흔들리는 낸드 1위 삼성

오팔86 2021. 4. 5. 13:50

美 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 日 키옥시아 인수 노려
인수 시 세계 1위 삼성전자 점유율 넘어
美 정부, 자국 기업에 실질적인 투자 약속
"지원 없이 청사진만 제시하는 韓 정부 아쉬워"

 

 

미국 아이다호 보이시에 있는 마이크론 본사. /마이크론 제공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5위 미국 마이크론이 2위인 일본 키옥시아의 인수를 노리고 있다. 1위 삼성전자 외에는 덩치가 비슷한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을 불리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점유율 11.2%의 마이크론이 19.5%의 키옥시아를 품는다면 점유율 32.9%인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되는 셈이다.

마이크론과 함께 낸드 시장 3위 미국 웨스턴디지털 역시 키옥시아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가져가면 합산 점유율은 삼성전자를 앞선다. 업계는 최근 미국의 반도체 인프라 역량 강화 흐름에 따라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연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지난달 인텔이 200억달러(약 22조원)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한 것과 맞물려 본격적인 미국발(發)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정다운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6개월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두 개나 획득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해 고객사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또 세계 최초로 4세대(1a) 1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D램의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1~3세대(1x·1y·1z) 10나노 D램의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또 SK하이닉스는 128단 4D 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이 부분 기술 경쟁력을 높여왔다. 하지만 차세대로 여겨지는 4세대 D램, 176단 낸드 개발과 양산을 모두 마이크론이 쓸어가면서 두 회사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업계에서 마이크론의 기술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비해 1년 이상 뒤처져 있는 것으로 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최근 전 세계에 불어닥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자립화’를 선언하고,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기로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후발 주자의 연이은 기술 추월은 메모리반도체 1위를 자부했던 한국 반도체의 위상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개발을 완료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CL. 아직 양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2조2500억달러(약 2540조원)의 인프라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500억달러(약 56조4000억원)가 반도체의 몫이다. 한국과 대만에 밀려 자국 내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판단, 반도체 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밑그림이다.

앞서 인텔이 공장 신설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일이나, 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인수하겠다고 한 것 역시 미 정부와 발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텔은 바이든 행정부의 발표 직후 지지 성명을 내기도 했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행정부가 (공장 증설·투자 등과 관련해)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도 같은 날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를 열어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 및 생산역량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각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국내 기업과 산업을 지원해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반도체 분야가 미래에 주목을 받을지는 정부보다 기업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며 "정부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분야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또는 세제 지원책은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등 실질적인 지원방안인데, 이번 발표는 청사진만 잔뜩 제시해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경쟁력을 키우려고 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메모리와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를 동시에 공략하는 삼성전자는 기업의 능력만으로는 투자가 분산될 가능성이 커 집중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SMIC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 매출액의 6.6%였고, 미국 마이크론은 3.3%였던 것에 반해 삼성전자는 0.8%에 불과했고, SK하이닉스는 이보다 적은 0.5%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세계 선두권인 한국 기업이 타의에 의해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기술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의 공장을 자신들의 국가에 유치하려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알려진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미 정부는 자국 기업의 지원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 강점을 지닌 한국과 대만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또 미 백악관 안보·경제 관련 고위 관리들은 오는 12일(현지시각) 반도체·자동차 기업 관계자들과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 삼성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TSMC의 대만 팹16. /TSMC 제공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올해 미국에 공장 증설을 포함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여기엔 미국 각 주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19조원 규모의 새 공장 증설과 관련한 투자지를 물색 중으로, 현재 텍사스·애리조나·뉴욕주가 경합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공장 증설은 미국 내 각 주와 (지원책 등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정해진 것은 아직 없지만 이왕이면 지원이 더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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