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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지킨 ‘조원태號 한진', 아시아나 인수 연착륙이 과제

오팔86 2021. 6. 23. 10:00

3자연합, 경영권 분쟁 또 일으키긴 어려울 듯
아시아나항공 통합 완료해 ‘포스트 코로나' 대비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ESG가 국내외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ESG 중에서 지배구조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주사 한진칼 (67,000원 ▼ 1,700 -2.47%)을 지배함으로써 그 아래 계열사들에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그동안 조 회장과 각을 세웠던 3자연합이 여전히 한진칼 주식을 상당 부분을 갖고 있지만,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산업은행이 주주로 버티고 있는 이상 작년과 같은 경영권 분쟁을 다시 일으키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31,100원 ▼ 850 -2.66%) 아시아나항공 (17,200원 ▲ 0 0.00%) 통합에 집중하면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이민경

 

 

◇ 지주회사 한진칼을 정점으로 수직적 계열구조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그 아래 계열사들을 품는 수직 계열구조로 돼 있다. 과거에는 다른 기업처럼 순환출자(A →B→C→A 식의 연결 고리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 구조였지만, 2013년 지주사인 한진칼을 출범시키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했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칼이 27.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지분은 0.01%에 불과하고 한진칼을 거쳐 지배하고 있다. 한진칼은 ▲진에어 56.38% ▲한진 24.16% ▲칼호텔네트워크 100% ▲정석기업 48.27% ▲한진관광 100% ▲토파스여행정보 94.35% 등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 등 그룹 산하 재단도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진칼 지분은 오너 일가가 나눠 갖고 있다. ▲조원태 회장 5.82% ▲조현민 ㈜한진 부사장 5.78%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5.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4.74% 등이다. 다른 특수관계인들까지 포함하면 한진칼 지분 총 16.68%를 조 회장 일가가 갖고 있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은 각각 13.31%, 10.6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정석인하학원 등 그룹 산하 재단 3곳도 한진칼 지분을 총 3.01%를 보유해 조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재단들은 작년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편에 서서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과거 3자연합이란 이름 아래에서 조 회장과 각을 세웠던 KCGI의 특수목적법인(SPC) 그레이스홀딩스는 17.54%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반도그룹의 계열사 대호개발도 17.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래픽=이민경

 

 

◇ 한진칼 지분 40.15% 가진 3자연합, 당장 이탈 가능성 낮아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 소강된 상태다. 산업은행의 등장으로 경영권 다툼에서 사실상 패한 3자연합은 올해 4월 ‘공동보유계약’을 해지했다. 공동보유계약은 각 주체가 단독으로 한진칼의 주식을 신규 취득하거나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이 계약을 해지한 것은 조 회장 측에 백기를 들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3자연합 출신이 보유한 지분은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다.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40.15%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 44.01%보다 4%포인트(P)가량 낮다. 재계에선 3자연합이 당장 지분을 대량으로 내다 팔기보다는 주요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고 있다. 10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6만원 후반대로 떨어진 만큼 굳이 서둘러 매각할 이유도 없다.

 

반도그룹도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당장 한진칼 지분을 내다 팔기 어렵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및 신고 의무가 강화되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경영권 분쟁이 끝난 만큼 한진칼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낮아 한진칼 지분을 넘길 주체도 찾기 어렵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영향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은 올해에만 10차례에 걸쳐 120억원어치의 한진칼 주식을 팔아 치웠다. 한때 5.79%에 달했던 그의 한진칼 지분율은 0.32%P(포인트) 낮아졌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 지분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룹 복귀 가능성도 작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4월 조 전 회장의 2주기 추모행사에 불참했는데, 아직 남매간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재계에선 3자연합 출신들이 여전히 한진칼 주주로 남아있는 만큼, 조 회장이 경영권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5.82%로 선친인 조 전 회장이 별세 전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17.84%)에 크게 못 미친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하면서 견제 장치로 조 회장의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다. 한진그룹 출신 재계 관계자는 “KCGI나 반도건설 입장에선 당장 엑시트(exit)할 이유가 없는 만큼, 조 회장의 취약한 지분을 노리며 천천히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높다”라며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조현민 부사장과 이명희 고문과의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 한진그룹에 편입되는 아시아나... 기업 결합 심사가 변수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신고가 완료되는 대로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약 1억3157만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보유하게 된다. PMI(인수 후 통합) 작업 완료 시기까지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남아있을 예정이다.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2024년 PMI 작업이 완료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하나의 통합 FSC(대형항공사)로 합쳐진다. 통합 FSC의 사명은 대한항공으로 유지될 예정이다.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의 구체적인 합병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3,575원 ▲ 0 0.00%)과 에어서울을 하나의 항공사로 합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데, 첫번째는 통합 LCC를 대한항공 산하에 두는 방식이다. 통합 없이 별개의 회사로 둘 가능성도 있으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하나의 항공사로 합칠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는 현재 진에어와 유사하게 한진칼 산하에 통합 LCC로 두는 방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현재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면서 PMI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연기되면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로 이어지는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2년 내 증손회사 지배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2년 내 통합 FSC가 탄생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의 지분을 기존 41.15%에서 100%까지 늘리거나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한다. 에어서울은 이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통합 LCC 관련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에 집중하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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