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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무한복제’ 이제 못한다…‘1+3’ 규제법에 숨죽인 제약업계

오팔86 2021. 6. 30. 14:15

복제약 최대 4건 제한하는 ‘1+3법’ 국회 통과
품질 관리 구멍 뚫린 ‘바이넥스 사태’ 단초
소형제약사 업종 전환 모색하고, 중견사 예의 주시

 

 

복제약(제네릭) 제조 허가를 최대 4건으로 제한하는 약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복제약을 주로 생산해 왔던 국내 중소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조선DB

 

 

지난 3월 10일 오후 국내제약사 바이넥스의 부산공장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수사팀 18명이 들이닥쳤다. 이 회사가 허가 없이 당뇨병, 고혈압약의 성분을 바꿔 제조했다는 제보가 들어온 데 따른 불시점검이었다. 수사 결과 이 회사는 당뇨병약(아모린정)에는 주성분을 기준치의 10분의 1만 넣었고, 우울증약(셀렉틴캡슐)엔 주성분을 허용치보다 과하게 많이 넣어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며칠에 걸친 수사 끝에 이 회사가 당뇨, 우울증, 관절염, 고혈압 등 6종류 약을 임의 제조했고, 이 가운데 4종류가 위탁생산한 복제약(제네릭)인 것을 밝혀냈다. 이 공장이 시설 점검에 대비해 현재 공정이 정상적인 것처럼 꾸민 ‘허위 제조기록서’를 만들어 놓은 것도 찾아냈다. 식약처는 이날 조사 이후 특별점검단을 꾸려 국내 제약사에 대한 실태 조사 중이다.

 

 

◇ ‘제네릭 1+3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이른바 ‘바이넥스’ 사태가 터진 지 넉 달 만인 지난 29일 ‘복제약 1+3 제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지 3개월 만이다. 이 법은 한 건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 시험 자료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복제 의약품 개수를 최대 4개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 식약처는 제약사들이 특허가 끝난 외국 의약품에 대한 생동 자료만 제출하면, 무제한으로 약품 제조 허가를 내줬는데, 앞으로는 최초 허가를 받은 1곳과, 나머지 3곳에만 허가를 내 준다는 뜻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외국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이를 똑같이 베낀 복제약이 매년 수백개에서 수천개씩 쏟아졌다. 복제약 규제가 예고된 지난해 5월에는 한 달에 404건의 복제약이 식약처에 허가를 받았고,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 특허가 만료됐던 2016년 9월에는 이를 그대로 베낀 복제약 119개가 한 번에 나왔다.

 

제약사들이 복제약에 뛰어드는 것은 원조가 갖고 있는 시장을 안정적으로 나눠 먹을 수 있어서다. 신약을 만들려면 수천억원 이상이 들고 실패 확률도 높지만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은 수억원 정도만 투자하면 똑같이 베낄 수 있다.

그러자 복제약만 생산하는 소형 제약사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성분도 효능도 가격도 똑같은 약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약품의 품질 관리가 쉽지 않았다. 식약처는 민간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믿었지만, 원조약을 복제하고, 또 그 복제약을 위탁 생산(CMO)하는 과정으로 확대되면서 제약사 자체 검열 고삐는 느슨해졌다.

 

여기에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 최초 허가부터 미리 받아내고, 추후 변경 허가로 약을 실제 제조하는 관행까지 생겼다. 그렇게 관리에 구멍이 뚫린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넥스 사태’다. 바이넥스는 식약처 최초 허가를 받아 놓고, 변경 허가 없이 약을 제조해 문제가 됐다.

 

복제약은 환자들에게 자사(自社)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제약사가 의사에게 수십억원의 금품을 제공하는 ‘리베이트’의 원흉으로도 꼽힌다. 제약사 관계자는 “성분도 효능도 가격도 쌍둥이같이 똑같은 약이 시장에 수백개가 있고, 그 약의 매출은 약을 처방하는 것은 의사들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제약사들조차 신약 개발 대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외국 의약품 베끼기에 열중했고, 그러다 보니 국내 제약산업이 모방 산업, 외국 제약사의 도매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경쟁력이 없는 중소제약사 시설 대여 등 사업 전환 나설 듯”

이 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복제약을 주로 생산해 온 중소제약사들은 ‘불합리한 규제’라고 반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복제약을 만들 유인이 없어지기 때문에 약값만 오르고, 결과적으로 국민들만 손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바이넥스 사태 이후 후폭풍은 컸다. 식약처가 꾸린 특별조사단 불시점검에서 종근당, 비보존제약 등 허가 없이 첨가제를 넣은 제약사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의약품은 미량의 성분 조작만으로도 신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무허가 임의 제조는 국제적으로도 철저히 금기시돼 있다. 업계에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복제약 품목 허가 건수를 최대 4건으로 제한하는 '제네릭 1+3'법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본회의를 통과한 ‘복제약 1+3 제한법’은 이르면 오는 7월 6일 국무회의를 거쳐 7월 7일, 늦어도 오는 7월 14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들은 법 시행에 따른 식약처의 후속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견제약사 한 관계자는 “법 통과를 계기로 제약사들의 자사 약품 자체생산으로 가는 흐름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력이 아예 없는 중소제약사들은 시설 대여 등을 통한 사업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중견 제약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제약사들은 법 시행을 보름 앞둔 이날까지도 식약처에 ‘1+3제한법’을 보완하는 자료 제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의약품 가운데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제약사들은 법이 시행되기 전에 기존에 있던 제네릭을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허가 건수는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라 올해 들어 급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5월 400건이 넘던 제네릭 허가건수는 올해 5월 44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식약처는 복제약 관련 약품 허가 변경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절차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또 원활한 변경 심사를 원활히 하게 위한 전담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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