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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유류세 인하 임박... 기재부 ‘최적의 타이밍’ 검토 본문
정부가 3년 만에 유류세 인하를 추진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는 등 기름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국회를 중심으로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런 추위에 따른 수요 증가와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해 ‘체감 유가’는 이미 100달러에 육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연간 2%대의 물가 상승률과 영세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감안해, 유류세를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류세 인하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다음 주 중 세부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유류세 인하 여부와 발표 시기에 대해 질의하자 이런 답변을 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52달러(0.63%) 상승한 배럴당 82.9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유가는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WTI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10%, 올해에는 70%가량 올랐다.
시장에서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난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석탄 및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본격적인 영하의 날씨가 시작되며 난방 수요 증가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달러 환율을 감안하면 체감유가는 이미 100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국제 유가가 2018년 10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의 높은 수준의 유가가 금방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유가의 상승에 따라 국내 휘발유 가격도 오르고, 물가 상승의 압박도 있는만큼 선제적 대비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를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국제유가가 배럴 당 70달러를 돌파한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총 10개월간 두 차례에 걸쳐 15%, 7%씩 유류세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유류세는 탄력세 체계여서 30% 이내에서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세율을 내릴 수 있다.
홍 부총리는 “이미 이 전부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갈 것이 전망됐기 때문에 비축 물량 확보 등 대안을 검토해왔다”면서 “2018년 당시 인하했던 사례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유류세 인하 문제와 관련해 최근 정부 부처 간 의견이 엇갈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일 산업부는 유류세 인하가 기재부 소관이라고 했다가 15일 국감장에서 산업부 장관이 ‘검토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기재부는 17일 유류세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고 했고, 오늘은 또 검토한다고 바뀌었는데 이러니 우리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기 어렵지 않나”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는 정부가 이미 유가 전망을 토대로 검토해왔지만, 확정되기 전에 내용이 나갈 경우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만 검토해왔다”면서 “조만간 결정 내용을 구체적 방안으로 만들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현재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책 시행 시기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또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방향에 맞춰, 유종이나 지원 대상 등 선별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민의 기름’으로 불리는 경유만을 대상으로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저탄소 정책의 방향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방식을 묻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2018년에 했던 것처럼 ℓ(리터)당 세금을 인하하는 방식을 취할 경우 유류를 많이 사용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갈 것”이라며 “2018년과 같은 방식으로 짚어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하율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정부 관계자는 “2018년 유류세 인하를 하자마자 국제유가가 내려가는 바람에 인하를 왜 했는지 효용성 논란이 있었고, 국제유가 상승기에 유류세를 인하하면 세금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유류세 인하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관점에서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탄소중립이라는 정책 방향이 나온 상황에서 기름 소비를 촉진시키는 유류세 인하는 정책 엇박자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사회적 분위기와 유가를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