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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받으려면 주차장도 따로 사셔야 합니다”… 분당에 들어서는 특이한 오피스텔 사연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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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받으려면 주차장도 따로 사셔야 합니다”… 분당에 들어서는 특이한 오피스텔 사연은

오팔86 2021. 11. 2. 00:23

“오피스텔 공급계약과 주차장 공급계약은 일체로 체결되는 계약인 바 반드시 함께 체결해야 합니다. 오피스텔 용도로 부여된 주차면적은 계획돼 있지 않습니다. 오피스텔 계약자는 별도의 주차장 공급 계약을 반드시 함께 체결해야 합니다.”

 

/라포르테 블랑 서현 입주자모집공고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청약을 받은 성남시 분당구 ‘라포르테 블랑 서현’은 입주자모집공고에 이같이 공지했다.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려면 주차장도 따로 돈을 주고 함께 사야 한다는 내용이다.

라포르테 블랑 서현은 ㈜건영이 시행과 시공을 맡아 공급하는 95실 오피스텔이다. 입주자모집공고를 보면, 수분양자는 호실별로 주차장 분양비 1500만원(1면)을 반드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용면적 84㎡A 301호실 분양가는 16억6460만원인데, 주차장 분양가 1500만원을 더해 16억7960만원을 내야 오피스텔을 분양받을 수 있다.

 

수분양자는 1500만원을 내고 지하 1~2층에 지어지는 ‘제1주차장’ 연면적 7103.3166㎡의 128분의 1에 해당하는 건물지분, 대지면적 972.0734㎡의 128분의 1에 해당하는 대지지분을 각각 갖게 된다고 입주자모집공고에 적혔다.

암호같은 숫자들을 건영 측 설명을 듣고 풀어보면 이렇다. 우선 지하 1~2층 제1주차장은 총 128면이다. ‘128분의 1′은 수분양자들에게 주차장 각 1면씩을 배당하기 위해 설정했다고 건영은 밝혔다. 제1주차장 연면적 7103.3166㎡에 해당하는 건물지분 128분의 1을 갖는다는 건, 주차장 1면에 해당하는 건물지분(수분양자 1명당 55.5㎡)을 받는다는 뜻이다.

 

대지면적 972.0734㎡는 다소 복잡한 계산으로 나온다. 이 건물 전체 연면적은 3만4687.4341㎡이고, 제1주차장 연면적(7103.3166㎡)은 전체 건물 연면적의 약 20.478068%를 차지한다. 이 건물 전체 대지면적은 4746.90㎡인데, 전체 대지면적의 20.478068%는 972.0734㎡다. 전체 연면적에서 제1주차장 연면적이 해당하는 비율(약 20.48%)을 계산해 보니, 전체 대지면적에서 972.0734㎡가 20.48%에 해당했다는 설명이다. 건영 관계자는 “오피스텔 수분양자 95명이 각각 주차장 1면에 해당하는 건물등기와 지분등기를 갖게 되는 것”이라면서 “추후 구분등기와 지분등기 과정에서 지분을 배분해줄 예정”이라고 했다.

정리하면 수분양자들은 1500만원을 내는 대가로 지하주차장에 호실별 전용 주차면을 받고, 건물지분 각 55.5㎡와 대지지분 각 7.6㎡를 더 받는 셈이다.

 

 

라포르테 블랑 서현 투시도. /건영 제공

 

 

이런 분양 방식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통상 공동주택 주차장은 공용면적에 속해 따로 건설사에 돈을 주지 않고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며 이용하기 때문이다. 주차장법이 법정 주차대수를 지켜 ‘부설주차장’을 반드시 만들도록 규정한다. 주차장법은 공장·종교시설·의료시설·공동주택 등 건축물별로 부설주차장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이 중 공동주택은 ‘주택건설 등에 관한 규정’을 따르도록 한다. 주택건설 등에 관한 규정은 가구당 주차대수를 세부적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주차전용건축물’은 주차 용도로 지어진 건물인 만큼 부설주차장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주차장법은 규정한다. 주차전용건축물은 통상 ‘□□주차장’처럼 주차장으로만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주차장법에 따르면 연면적의 70%까지 주차장을 조성하고, 나머지 30%에 근린생활시설이나 업무시설, 오피스텔 등을 지어도 주차전용건축물로 인정된다. 대부분은 단순 노상주차장으로 쓰거나 1층에 일부 상가만 들여놓는데, 입지 좋은 곳에선 종종 주차장빌딩에 오피스텔이 첨가돼 함께 들어서기도 한다. ‘판교역 호반 메트로큐브’가 주차장용지에 조성된 대표적인 오피스텔이다. 지상 2~7층은 주차장, 8~10층은 오피스텔 177실로 구성됐다.

 

라포르테 블랑 서현 역시 알고 보면 주차전용건축물이다. 토지 지목도 준주거용지나 상업용지가 아닌 주차장용지다. 460여면의 주차장으로 쓰기 위해 개발된 주차빌딩으로, 오피스텔은 일부만 첨가됐다. 라포르테 블랑 서현은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인데, 지하 1~2층은 주차장, 지상 1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2~8층은 주차장과 오피스텔로 지어진다. 층별로 주차장과 오피스텔을 나눈 판교역 호반 메트로큐브와 달리, 도넛처럼 가운데는 주차장, 테두리는 오피스텔로 설계했다. 건영은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오피스텔과 주차장이 동일한 층에 설치돼,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 등이 오피스텔 거주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주차전용건축물에 첨가된 오피스텔에는 별도 부설주차장을 짓지 않아도 되고 주차전용건축물에 오피스텔을 첨가하는 것도 합법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일각에서는 라포르테 블랑 서현처럼 주차장을 돈을 주고 분양받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교역 호반 메트로큐브 등 주차전용건축물에 지어진 오피스텔들은 본건물 주차장이 넓은 만큼 오피스텔 입주자들이 무료로 주차장을 쓸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주차장 공급비 1500만원에 건물지분과 대지지분이 포함돼 추후 재건축을 고려하면 유리할 수 있지만, 내년에 입주하는 신축빌딩의 재건축은 수십년 뒤에나 꿈꿀 수 있는 일이라 수요자 입장에선 추가 비용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서다.

 

주차장용지를 오피스텔과 주차장으로 복합 개발한 경험이 있는 국내 한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주차전용건축물에 오피스텔을 첨가해 복합 개발할 땐 부설주차장 의무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해당 건축물의 설계는 합법적”이라면서도 “주차장 전용 건물에 포함된 오피스텔을 분양하며 주차장을 따로 돈을 받고 판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분양 방식은 편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주차장을 무조건 사야 오피스텔도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것은 끼워팔기 아니냐”면서 “부당한 끼워팔기와 강매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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