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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겨울이 온다” 삼성·SK, 서버·모바일용 D램으로 버텨낸다

오팔86 2021. 11. 8. 12:39

1년 만에 D램 가격 하락 10% 이상 폭락
코로나19에 따른 슈퍼사이클 조기 종료 조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 전환”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 HKMG 공정을 적용한 고용량 DDR5 메모리. /삼성전자 제공

 

 

PC와 소비자용 D램 가격이 최근 10% 이상 폭락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D램 겨울’로 본격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년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D램 시장은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상황이 좋았으나,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에 들어가며 추가 가격 하락 조짐도 보인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권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 선점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하고, 재고관리 등으로 공급사 가격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9.51% 떨어진 3.71달러(약 4399원)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이 후퇴한 건 지난해 10월 이후 딱 1년 만이다.

 

통상 3개월 단위로 움직이는 D램 고정거래가격의 경향을 고려했을 때, 반도체업계는 4분기 D램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 중이고, PC 수요가 줄면서 PC 제조사들이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려는 경향에 따른 것이라는 게 반도체업계 분석이다. D램익스체인지의 모기업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사들이 높은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면서 PC용 D램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라며 “10주 이상의 D램 재고를 대부분의 PC 제조사들이 갖고 있다”고 했다.

 

고성장을 이어왔던 서버용 D램 가격도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 기업이 주로 소화하는 서버용 D램(32㎇ RDimm)은 전달에 비해 4.38%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D램도 재고 수준이 높다”라며 “4분기 3~8%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D램 겨울은 수출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달인 9월보다 8% 줄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PC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의 재고는 10주 이상으로 일부는 14주까지 보유한다”며 “연말에 있을 재고 평가 때문에 추가 D램 조달에 방어적이다”라고 했다.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가격약화가 감지된 PC와 소비자 D램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서버와 모바일 D램 비중을 높여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연구원은 “(서버용 D램의 경우) 인쇄회로기판, 마더보드 등 부품 부족에도 고객사 주문은 강하다”라며 “서버 고객사는 지속적으로 서버 D램 조달 의지를 표명하고, 안전 재고 확보 차원에서도 부품 조달에 적극적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주력인 15㎚(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과 128단 V낸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시장 상황에 맞는 제품 믹스에 나서고 있다. PC와 소비자용이 부진하다면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꼽히는 서버용, 모바일용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주요 생산국 내 코로나19 확산, 부품 공급 문제 등과 PC 수요 약화에도 제품을 다변화해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라며 “서버용 D램을 큰 폭으로 확대해 (3분기) D램 전체 출하량이 분기 최대를 기록했고, 성장 전망치를 달성하면서 15㎚ D램 비중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D램 겨울이 예상되는 올해 4분기 이후에도 신규 중앙처리장치(CPU)와 DDR5(5세대 D램) 도입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서버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차세대 낸드 솔루션 제품 수요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한 부사장은 “14㎚ D램과 7세대(176단) V낸드 양산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계 선도 극자외선(EUV) 기술 기반 차세대 제품 양산으로 시장 리더십을 높일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D램 모듈에 인공지능 엔진을 탑재한 AXDIMM 모습. /삼성전자 제공

 

SK하이닉스도 기본적인 방향성은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특히 회사 매출의 90%쯤을 맡고 있는 주력 D램은 PC용 비중을 이미 20% 아래로 줄였다. 서버와 모바일용 D램 비중은 2021년 3분기 현재 80%에 육박한다. 역시 차세대 DDR5로 부정적인 시장 전망을 넘어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내년 1분기) 컴퓨팅 DDR5 출하량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하고, 예년과 대비해 SK하이닉스의 경우 그래픽 DDR이나 HBM(고대역메모리) 등 고사양 제품의 출하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이런 측면에서 고객과 계약 물량을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D램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시장 여유가 있는 편인 낸드플래시 시장은 고용량 제품 수요 확대로 초고적층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여기에 4분기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마무리해 시장 지배력을 더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부문을 인수하면 1위 삼성전자에 이은 시장 2위 자리에 오른다. 박찬동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 담당은 “빠른 (시장) 성장과 빠른 기술(테크) 전개로 (기존의) 경쟁 구도를 조금 더 안정적인 형태로 바꿔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인텔 낸드부문을 성공적으로 인수 완료하고, 시너지를 낸다면 SK하이닉스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차세대 D램과 초고적층 낸드플래시로의 방향 전환은 시장조사업체의 전망과도 일치한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D램 매출 규모가 올해보다 0.3% 증가한 915억달러(약 108조3000억원)일 것이라고 전망하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D램 평균가격이 하락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만회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 평균가격은 올해 대비 15%쯤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DDR5 보급률 상승과 성수기 진입으로 평균거래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낸드플래시 시장 또한 평균 가격이 올해와 비교해 18%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으나, 수요와 공급이 비슷한 30% 초반대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 규모는 올해 대비 7.4% 증가한 742억달러(약 87조8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본격적인 차세대 전환에 앞서 기존 제품의 재고관리에도 들어갔다. 현재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결국 수요가 공급을 앞서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특히 PC 제조사들이 D램 재고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탓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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