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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가이드
“비대면 및 영업 어려움 때문에”… 보험설계사 ‘2명 중 1명’ 짐 싼다 본문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 설계사 13개월 차 평균 정착률 41.5%
손해보험 설계사의 경우 평균 57.6%
‘비대면 영업’, ‘지인 영업’ 등이 낮은 정착률 원인으로 꼽혀
전문가 “설계사 전문성 높이고 수익 체계 바꿔야”
올해 보험설계사들 2명 중 1명 꼴로 1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과 보험설계사들의 ‘지인 위주 영업’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개 생명보험사 설계사의 상반기 기준 13개월 차 평균 정착률은 41.5%를 기록했다. 10명 중 6명 정도가 1년 넘게 버티지 못한다는 의미다. 생보사 가운데에서는 DGB생명의 정착률이 7.1%로 가장 낮았다. 이어 KB생명(15.4%), 오렌지라이프(21.8%), 메트라이프(25.4%), 농협생명(26.0%)이 뒤를 이었다.
손해보험사 쪽은 상황이 그보단 나았다. 같은 기간 주요 12개 손보사 평균 정착률은 57.6%를 기록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땐 0.56%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하나손해보험의 정착률이 41.5%로 가장 낮았으며 메리츠화재(46.3%), 롯데손해보험(48.2%) 등이 뒤를 이었다.
보험설계사들이 정착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 및 영업 환경 변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영업 특성상 전화나 이메일 대신 직접 대면해 상품을 설명해야 가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보험설계사들은 만나서 영업하는 경우가 효율이 좋았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니 영업도 어렵고, 실적도 좋지 않아 이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사들이 자체 앱이나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업해 온라인을 통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지인을 활용한 영업도 보험설계사들의 정착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설계사들은 주로 지인을 위주로 영업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보험 영업은 지인을 추천해 데려오는 것이 많다고 알고 있지 않으냐”며 “지인의 범위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영업할 대상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생명보험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객과 설계사의 관계가 ‘지인 및 소개를 받은 사이’라고 답한 경우가 73.3%로 나타났다.
이처럼 낮은 정착률은 보험사와 고객 모두에게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의 경우는 교육비·지원비 등이 있는데, 설계사들이 일찍 퇴사하니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객의 경우에는 자신을 담당했던 보험설계사가 퇴직하니 이후 제대로 된 지원 등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전담 보험설계사가 퇴직해버리면 고객 입장에선 ‘붕 뜬’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만약 다른 설계사가 보험 관리를 해준다고 해도 직접 보험을 들은 것이 아니니 관리가 부실할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담당 보험설계사의 이직 혹은 퇴직으로 인해 다른 설계사에게 이관된 계약은 작년 기준으로 3094만6031건이다. 이관되지 않고 담당자가 없는 상태의 보험계약인 ‘고아계약’은 439만1017건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현상은 고객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하게 되면 보험계약이 실효되는데, 통신사 변경이나 계좌 잔액이 부족해 보험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담당 설계사가 있을 경우엔 이러한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담당 설계자 퇴직으로 인해 소외된 소비자들을 위한 보호 제도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 보험사들은 해당 고객들을 위한 제도가 활성화 및 시행되고 있으나 아직은 충분치 않다는 설명이다. 배 국장은 “담당 설계사 부재에 상관없이 보험사들은 고객들이 계속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설계사의 낮은 정착률을 개선하기 위해선 설계사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인에만 한정된 영업보단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수수료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대부분 보험설계사의 경우 계약 성사 시에 받는 ‘선취 수수료’가 수입의 대부분인데, 고객이 계약을 연장할 때도 수수료를 주는 ‘분급 수수료’로 개선돼야 정착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보험설계사들의 수입을 보면 대부분 계약이 성사됐을 때 받는 ‘선취 수수료’ 비중이 높다”며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받는 수수료가 높으니 영업이 어려워지면 이직하거나 퇴직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고객이 계약을 연장할 때도 수수료를 주는 ‘분급 수수료’가 도입이 되면 이를 받기 위해 일을 그만두지 않는 설계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