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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이 5년 연속 폭증하는 ‘실손보험료’…금융소비자 불만 폭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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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이 5년 연속 폭증하는 ‘실손보험료’…금융소비자 불만 폭증

오팔86 2021. 12. 21. 10:36

최근 4년간 실손보험료 평균 13.4%
보험업계 “최소 20% 인상해야 손해 규모 메꿀 수 있어”
소비자 “청구한 적도 없는데 매년 인상 웬말이냐”

 

 

보험사들이 내년에도 실손보험료를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보험료를 평균 13.4%씩 인상했는데, 올해에도 20% 가까이 올리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손보사 계획대로 보험료가 인상될 경우 금융소비자들이 내야하는 보험료는 5년 만에 2배 가량 뛰게 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215,500원 ▲ 1,500 0.7%)·현대해상(24,800원 ▲ 150 0.61%)·DB손해보험(59,300원 ▲ 300 0.51%)·KB손해보험 등은 내년 실손보험 인상 관련 안내문을 발송했거나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인상률은 10~20% 사이다. 보험사들은 적자 규모를 줄이긴 위해선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안내문을 받은 소비자들은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40대 중반 직장인 김 모씨는 “단순히 적자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를 두 배 올리는 건 보험사의 횡포”라며 “몇 년 전까지 실손보험 마케팅에 열을 올릴때는 언제고, 이제 ‘불만이 있으면 해지하라’는 배째라식이다”고 말했다. 대학생때부터 실손보험에 가입해 현재 7년째인 류 모씨는 “7년 넘게 실손보험을 들었지만 청구한 사례는 단 한 번 뿐”이라며 “내가 사고를 당했을 때 보험사가 감당해야할 의료비가 급증한 것도 아닌데, 왜 보험료를 올리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래픽=이은현
 
 

지난 2019년 금융소비자연맹이 전국 실손보험상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보험료가 비싸다고 응답한 비율은 46.9%로 집계됐다. 보험료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60.3%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구의 류모(29)씨는 “받은 적도 별로 없는데 왜 계속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결국은 보험사만 배불리는 인상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보험사들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상률에 비해 지출한 보험금이 더 크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13.4%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지출한 보험금은 연평균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을 인상해도 나가는 돈이 더 많으니 손해는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9월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을 기록했다. 3년 전(122.4%)에 비해 9%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손해율이란 고객이 지불한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출한 보험금을 의미한다. 손해율 131%일 시, 보험사는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1원을 지불했다는 의미다. 이에 보험사들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손해율이 오르는 원인에 대한 대책이 미비한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수치료·백내장 등 ‘비급여 치료’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비급여 치료는 병원·의원마다 금액이 달라 과도한 진료비가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들은 관련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한의사협회 등 여러 의료 단체의 반발로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보험사들은 ‘1·2세대’ 가입자들에게 ‘4세대’로의 전환을 권유하고 있다. 1세대(2009년 9월 이전 판매),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적거나 없어 병원 이용이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반면 ‘4세대’의 경우, 자기부담금을 급여 20%, 비급여 30%로 통일했다. 의료 서비스 이용 횟수에 따라 보험료가 인하되거나 오른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개선을 위해 4세대 가입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현대해상의 경우 4세대 보험 판매 목표를 달성한 설계사들에게 김치냉장고 등의 고급 가전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4세대 가입 및 전환은 미미한 수준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실손보험 가입자는 22만건으로 전체 가입 건수의 0.8%를 기록했다. 경기 안산시의 서모(28)씨는 “운동을 좋아해 10년간 매년 3~4번씩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며 “지금 듣고 있는 2세대 실손보험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어 4세대로 전환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는 “바꾸고 싶지 않다”며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굳이 줄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 고객들이 보험금 대부분을 청구하는 점도 반발을 낳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금을 1번 이상 청구한 가입자는 1313만명(37.6%)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 이하가 보험금을 수령한 셈이다. 이 중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8.4%인 6조7000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당 514만원 정도다. 반면 하위 10%의 평균 보험료는 2만3100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나 관련 단체들은 보험사들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인상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30대 남성 A씨는 “보험 팔 때는 언제고 손해율이 높아지니까 인상만 고집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모(59)씨는 “가족 보험료로만 한달 130만원씩 내고 있다”며 “혜택은 소수만 받고 책임은 다 함께 지고 있는 점이 불만이다”라고 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매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인상으로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이제 근절돼야 한다”며 “보험사들도 근본적인 손해율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세대 실손보험이 아직 자리잡기도 전에 미리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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