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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빌 게이츠의 원전 회사 ‘테라파워’에 투자

오팔86 2022. 4. 12. 05:38

테라파워,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선도기업
SK㈜·SK이노 공동 참여… SMR 투자 첫 사례
에너지·환경 통합 새 사업 지도 해답으로 제시

 

 

SK그룹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벤처 기업이자 소형모듈원전(SMR) 선도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30년까지 세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량의 1%를 책임지겠다며 에너지와 환경을 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지도를 예고했는데, SMR을 그 해답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248,500원 ▲ 500 0.2%)㈜와 SK이노베이션(206,500원 ▲ 0 0%)은 최근 테라파워 지분 투자를 결정하고 세부 조건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SK그룹이 SMR에 투자하는 첫 사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투자를 위해 테라파워의 SMR 기술 타당성을 검증하는 등 신중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SK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투자인 만큼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사업과 테라파워의 SMR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월 18일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생산현장을 찾아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MR은 탄소 배출량은 적고 발전 효율과 안전성이 높아 ‘꿈의 원전’, ‘4세대 원전’이라고 불린다. 빌 게이츠가 2006년부터 일찌감치 테라파워를 설립하고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라고 지목한 이유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중국 등도 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석 연료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SMR에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SMR을 통해 에너지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 전 세계에 SMR 400~1000기가 건설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테라파워는 SMR 중에서도 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소듐냉각형(SFR)’ 분야 선두 주자다. 나트륨은 물보다 냉각 속도가 빨라 효율적이다. 특히 테라파워의 SMR은 모든 장비가 원자로에 다 들어간 상태로 수조 안에서 작동해 사고가 나도 주변 물로 열을 식힐 수 있다.

 

테라파워는 이같은 개념의 신형 SMR ‘나트륨’을 2024년부터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를 들여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 소도시 캐머러에 짓기로 했다. 발전 용량은 345㎿(메가와트)로 약 25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SK그룹의 테라파워 투자는 ‘넷제로(Net Zero·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그룹 가치로 내걸고 이에 대한 실행 방안을 고민하던 최 회장의 결과물이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세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량의 1%를 책임지겠다며 환경 친화적인 사업 분야에 1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엔 “에너지 믹스, 탈탄소 정책 등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카본 비즈니스(탄소 사업)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SK는 ESG경영 아래 에너지와 환경을 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지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룹 내 투자전문회사 SK㈜와 SK이노베이션이 함께 투자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배터리 등 다양한 사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SMR 등 원전 관련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은 60년간 국가사회에 기여하며 에너지를 공급해 왔는데, 앞으로도 에너지는 저희가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탄소 기반이 아닌 무탄소로 전환해야 하고, 그것이 결국 에너지와 환경을 결합한 새로운 포트폴리오로의 전환과 맞물려있지 않나 본다”고 설명했다. 즉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범위를 넓혀 넷제로 기반의 사업 영역을 다시 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그룹의 넷제로 관련 투자는 테라파워를 시작으로 조금씩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계열사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고민을 같이 하고 있고, 올해 들어 구체화하는 상황”이라며 “몇 가지 사업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 후 시장에 공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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