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가이드

외국인 매도 폭탄에 ‘검은 월요일’…인플레 쇼크에서 이제는 FOMC로 본문

카테고리 없음

외국인 매도 폭탄에 ‘검은 월요일’…인플레 쇼크에서 이제는 FOMC로

오팔86 2022. 6. 13. 23:22

美 5월 CPI, 시장 전망치 웃돌아
사흘 뒤 FOMC서 금리 0.75%p 올릴 수도
점도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도 살펴야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물가 정점론’이 힘을 잃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6%나 급등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돌자, 전세계 주식시장은 또다시 긴축 공포에 휩싸였다.

 

천연가스 가격이 MMBtu 당 8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은 5월 30일(현지 시각) 미 로스앤젤레스의 쉐브론 주유소. /로이터연합뉴스

우리 증시도 즉각 직격탄을 맞았다. 13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5000억원에 육박한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의 시선은 이제 15~16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 쏠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얼마나 상향 조정할지에 따라 우리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도 달라질 전망이다.

 

 

◇ 2500선까지 밀린 코스피…6월 ‘자이언트스텝’ 확률 40% 넘기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4951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2% 급락하며 2500선 부근까지 내렸다.

이날 우리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니케이225지수도 3% 이상 내렸으며, 오후 3시 42분(한국 시간) 기준으로 상하이종합지수는 1%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홍콩항셍지수, 그리고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3% 넘게 하락하고 있다.

 

아시아에 ‘검은 월요일’을 가져다준 요인은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물가 지수다. 10일(현지 시각)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오르며 41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전망치보다도 0.3%포인트 높은 수치다.

 

6월 FOMC 회의를 불과 사흘 앞둔 상황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쇼크’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이 그 가능성을 일축했음에도, 금융 시장에서는 이달 0.75%포인트 인상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여 한·미 양국의 금리 차가 커지면 외국계 자금은 신흥국인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기 쉽다.

 

연준이 자본시장에 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나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여론이 많으나, 만약 ‘자이언트 스텝’이 현실화한다면 전세계 증시는 또 한번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12일 오전 8시 52분(현지 시각) 단기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20%가 넘는다고 봤다. 이 응답률은 같은 날 오전 한때 40.3%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픽=이은현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가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매파적 기조가 어느 정도 완화되는 듯 했으나, 이번 CPI 발표 이후 오히려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FOMC 이후 공개될 점도표(dot plot·연준 이사와 연방은행 총재들이 예상하는 향후 정책 금리를 점으로 찍은 표)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어떻게 변할지가 관건이다. 연준이 올해 3월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1.9%(중간값 기준)였으나,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이번 FOMC 이후 전망치가 약 0.7~1%포인트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치는 훨씬 더 높다.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3.25~3.75%를 기록할 확률이 64%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4~4.25%의 전망치를 제시한 사람도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현재 0.75~1%에 불과한 기준금리가 4~4.25%까지 오르려면, 남은 5번의 회의 중 최소 3번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야만 한다.

 

 

 

◇ “FOMC 전까지 더 팔 것” vs “매도세 어느 정도 완화”

 

FOMC 전까지 우리 증시의 향방은 어떨까. 인플레이션 쇼크가 긴축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당장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어느 정도 진정되지 않으면 우리 증시에 자금이 유입되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오늘 코스피지수의 하락은 패시브펀드(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담아 지수 상승률 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의 매매가 견인했다”며 “안 그래도 매수세가 약했던 상황에 인플레이션이 기대치보다 훨씬 높게 나오자 대형주 위주로 자금 회수가 나타난 것인데, FOMC까지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짙어지며 매도세가 어느 정도 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9배로, 타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비중은 30%까지 떨어졌다. 1년 전(35%)과 비교해 5%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따라서 외국인이 매도세를 더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픽=이은현

 

 

앞서 올해 1~4월 미 CPI가 예상치를 상회했을 때도, 막상 수치가 발표된 이후에는 외국인 매도세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2월 CPI 발표 직전 5일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CPI가 발표된 이후 5일 동안에는 1조4300억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3월 CPI 발표 직전 5일과 직후 5일 동안 외국인 순매도액은 각각 2조3700억원, 3590억원이었다. 약 15%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4월 CPI가 발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치 발표 직전 5일간 외국인 순매도액은 1조2500억원에 달했지만, 발표 후 5일간은 오히려 306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번 CPI 발표 전에도 외국인은 5일간 약 2조원어치를 팔았다. 앞선 사례들을 감안하면, 향후 5일 동안은 외국인 매도세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이 강한 매파적 신호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근원CPI(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세는 2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어, 어느 정도 정점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며 “6월 FOMC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더라도 3%에 육박할 가능성은 낮으며, 이에 따라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부담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