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금융맨이 고향 내려와 ‘한국 최초 크래프트 진’ 만든 이유 [味술관]

 

 

 

◇ 부자(父子)진은?

 

싱가포르에서 금융맨으로 일하다 2019년부터 경기도 양평군에서 진(gin)을 빚고 있는 조동일(41) 대표와 20년간 허브 농사를 지어온 그의 아버지 조부연(70) 이사의 합작품이다. 금융업계에 13년간 몸담은 조 대표가 농업인 겸 주류 생산자로 전업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휴가차 한국에 와서 우연히 아버지의 허브 창고를 발견했어요. 순간 ‘이렇게나 다양한 허브로 진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죠. 똑같이 반복되는 회사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젠 새로운 걸 할 때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마침 그 당시 한국에서 나오는 진이 없었고, 아버지 연세도 있으니 이젠 아버지와 시간을 좀 보내야겠다고 마음먹고, 싱가포르 일을 접고 아버지 농장이 있는 양평으로 들어왔습니다.”

 

 

경기 양평의 '부자진' 부자의 허브밭. 아들 조동일(41) 대표와 아버지 조부연(70) 부자진 이사. /유튜브 '味술관'

 

 

수많은 술 중에 왜 진을 선택했을까. 조 대표는 “일하면서 워낙 진을 즐겨 마시다 보니 진을 제일 좋아하게 됐다”며 “전업하려는 생각은 없었고 처음엔 단순히 진이라는 술에 흥미를 느껴 싱가포르에서 증류학을 공부하고 구리 증류기를 주문해 레시피를 적용해보곤 했는데 그 취미가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부자진은 노간주 열매(주니퍼 베리)를 비롯해 레몬 버베나, 배초향 등 15가지 재료를 넣고 구리 증류기로 증류한다. 진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국내산이다. 한국에서 난 재료만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네덜란드·영국에서 유래한 진을 한국에서 만들면서 외국산 재료를 쓰고 그 레시피를 따르면 차별점이 없다고 봤다”며 “오히려 한국에서 나는 농산물만을 사용해 진을 재해석하면 전 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진'에 들어가는 15가지 재료 중 9가지 재료. 모두 국산이다. /유튜브 '味술관'

 

 

 

진 고유의 주니퍼 향, 매콤한 향, 시트러스 향 등을 국산 재료로 구현하기 위해 부자(父子)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열매가 크고 향이 강한 외국 노간주 열매에 비해 국내 노간주 열매는 종자가 달라 향이 옅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솔잎을 추가로 넣거나, 레몬 껍질을 사용한 시트러스 향은 한라봉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현재의 레시피를 완성했다.

 

진에 허브를 첨가할 때는 항상 아버지의 조언을 받는다. 이날 역시 그의 아버지는 토마토와 바질이 주재료로 쓰인 신제품 진을 맛보며 “내 입맛에는 포뮬러(제조법) 첫번째가 나은 느낌” “새롭게 데려온 자식 같은 맛” 등 다양한 조언을 아들에게 전했다.

 

 

                                            경기 양평에 있는 부자진 허브밭. /유튜브 '味술관'

 

 

부자진은 현재 싱가포르와 호주, 말레이시아, 영국 등에 수출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 부자진을 알릴 때까지 조 대표는 발로 뛰는 영업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앞서 그는 포시즌스, 하얏트 등 특급 호텔 바에 부자진을 납품하는 목표를 세우고 각 호텔 이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직접 찾아가 계약을 성사했다. “살아가면서 ‘이건 되겠다’ 100% 확신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잖아요. 하지만 ‘되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발로 뛰며 실천하는 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 진 맛있게 먹는 방법

 

부자진은 전반적으로 다채로운 향이 특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첫맛은 허브 특유의 깔끔하고 시원한 향이 주를 이루다가 점차 묵직한 맛이 올라온다. 알코올 도수는 44도에 달하지만 목 넘김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조 대표는 “부자진은 부드러워서 그 자체로 홀짝이며 마시기에 알맞다(sippable)”며 “냉장 보관해두면 신선한 맛과 향이 올라와 알코올 향이 너무 무겁다 싶으면 차갑게 먹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집에서 쉽게 진을 즐기는 방법으로 애플민트 진토닉과 에스프레소 진 칵테일을 추천했다. 그는 “애플민트 진토닉은 상큼하면서 시원하게 진을 즐기기에 좋고, 에스프레소 진은 커피 향이 극대화돼 묵직한 술맛을 즐기기에 좋다”고 했다.

 

아래는 조 대표의 칵테일 제조법

 

 

1. 애플민트 진토닉

 

                                     조동일 부자진 대표가 추천하는 애플민트 진토닉. /유튜브 '味술관'

 

진 30mL와 토닉워터 60mL를 얼음과 섞는다. 즉 진과 토닉 비율은 1대 2. 토닉워터는 너무 달지 않은 제품을 추천한다. 여기에 얇게 자른 레몬과 애플민트를 넣고 휘저으면 상쾌하게 즐기기 좋은 진토닉이 완성된다.

 

 

 

2. 에스프레소 진

 

 

                                         조동일 부자진 대표가 추천한 에스프레소 진. /유튜브 '味술관'

 

 

‘에스프레소 마티니’ 칵테일의 진 버전. 에스프레소 (혹은 가루 커피) 30mL와 진 30mL, 헤이즐넛 시럽 한 스푼을 얼음과 함께 쉐이커를 이용해 잘 섞는다.

 

이 종류의 칵테일에는 통상 가니쉬(장식)로 원두 세 알을 올리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건강·행복·부유를 상징한다고 한다. 칵테일 거품에 원두를 올리면 에스프레소 진이 완성된다.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 ‘味술관(미술관- 맛있는 술이 모여있는 곳)’은 전국 전통주·맥주·위스키 등 주류 양조장에 찾아가 주조 과정을 살펴보고 각 술과 함께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양조장발(發) 추천 음식을 소개한다. 미술관 찾아가기 - https://youtu.be/Xi3j27UiR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