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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가이드
bhc ‘e쿠폰’ 취급 강제는 부당한 강요 행위… 공정위 결정 지렛대로 가맹점주 권리 보호한 법무법인 바른 본문
bhc, 가맹점주 상대 5억 손해배상 소송서 패소
‘e쿠폰’ 두고 bhc와 가맹점주 갈등 점화
일방적 ‘계약 해지’ 지적한 법무법인 바른
공정위 ‘bhc 징계’도 가맹점주 승소에 힘 실어줘
bhc의 한 오프라인 매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뉴스1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린다. 가맹점주 개인이 본사(법인)를 상대로 이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와 가맹점주 A씨는 ‘e쿠폰’을 놓고 법정에 섰다. e쿠폰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또는 디지털 이미지로 전송되는 바코드 형태의 온라인 쿠폰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의 수단으로 발급된다.
50대 중반의 A씨는 e쿠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e쿠폰 대행사와 약정한 수수료를 가맹점이 지급해야 하는 구조였기에 A씨는 고객에게 e쿠폰 주문이 들어오면 거절했다. bhc는 A씨에게 가맹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고 이에 A씨는 점주들이 가입된 소셜미디어(SNS)에 부당함을 호소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bhc는 게시글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A씨에게 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 A씨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법무법인 바른 정양훈 변호사(사법연수원 38기)였다. 정 변호사는 A씨의 게시글을 분석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 가맹사업법 등을 토대로 bhc(법무법인 에스엔케이 대리)의 일방적인 가맹계약 갱신 거절이 부적절했음을 짚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승리를 거둔 셈이다.
◇ 점주 게시글에 분노… ‘계약갱신 거절’에 손해배상 청구한 bhc
A씨가 e쿠폰을 이용한 주문을 받지 않자 bhc는 2019년 11월 가맹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A씨는 bhc 가맹점주들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게시글을 올렸다. bhc가 문제를 제기한 A씨의 게시글은 총 5개였다. A씨는 2019년 12월 네이버 밴드에 ‘앞으로 모든 가맹점이 e쿠폰 주문을 거절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본사에 감당하게 합시다’ ‘본사가 e쿠폰으로 갑질하는 것이 공론화 돼야 합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글을 올렸다.
A씨는 2020년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쿠폰으로 팔았을 때는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는 게 없으니 (주문이 들어와도) 스트레스다”라고 말했다.
이에 bhc는 2020년 2월 A씨가 사실과 다른 게시글을 올리고 인터뷰에 응해 명예훼손, 신용훼손,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hc는 A씨의 불법행위로 인해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돼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원지법 제17민사부(재판장 최해일 부장판사)는 지난달 12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글과 인터뷰에 허위 내용이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bhc가 e쿠폰을 통해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림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가맹점주에게 전부 부담시켰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bhc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맹점 수 기준 상위권에 위치하는 중견기업이고, A씨가 작성한 각 게시글의 내용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가맹점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관련된 것”이라며 “객관적인 공공의 이익에 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공정위 판단’에 힘 실린 변론… “e쿠폰 거부할 수 있어”
bhc가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 공정위의 결정이 나온 점도 A씨의 승소에 힘을 실어줬다.
2021년 5월 공정위는 bhc에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bhc가 e쿠폰 취급을 강제하기 위해 e쿠폰 주문을 거절한 가맹점을 대상으로 본사 교육 입소 명령, 물품공급 중단 및 계약 해지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여러 번 발송했다며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 A씨의 게시글 중 bhc를 상대로 ‘e쿠폰으로 갑질한다’고 밝힌 부분을 두고도 논쟁이 이어졌다. 재판부의 판단에는 공정위의 결정이 영향을 줬다.
재판부는 “A씨의 표현은 가맹점 사업자와 협의 없이 수수료 부담이 있는 e쿠폰 취급을 강제해 수수료까지 부담하게 됐음을 비판하는 취지”라며 “공정위가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3호 등에서 정한 ‘부당한 강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결을 한 바 있다”고 판시했다.
◇ ‘계약 해지’ 방법도 적법하지 않았다 지적… 가맹점주 완승
이번 소송을 이끈 정 변호사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점주 간 계약 해지는 마치 이혼 소송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혼 소송에도 절차가 있듯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일방적인 가맹계약 갱신 거절 통보는 적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정 변호사는 가맹사업법 제13조 제1항을 근거로 들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가 가맹계약 기간 만료 전 180일부터 90일까지 가맹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는 조항이다.
정 변호사는 “가맹사업법에 명확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본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꼬집은 것”이라며 “본사가 점주에게 시정명령 공고를 수차례 내렸다는 명확한 조항이 없었던 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앞서 bhc는 A씨와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이유로 ▲영업시간 미준수 ▲e쿠폰 주문 거절로 인한 소비자 불만 발생 ▲정기교육 미수료 ▲네이버 밴드에 허위 사실 게시 등을 들었다. 이를 토대로 bhc는 2019년 3월부터 10월까지 A씨에게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3차례 보냈다.
재판부는 bhc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하려면 하나의 사유로 2회 이상 지적할 경우여야 한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재판부는 “bhc의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A씨가 또다시 e쿠폰을 거절해 bhc가 위반 사실을 다시 지적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공정위 결정에 따라 bhc가 주장하는 ‘e쿠폰 주문 거절 및 고객 불만 발생’은 적법한 갱신 거절 내지 해지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상 가맹점과 계약을 해지하려면 법률 요건이 충족하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점주와 갈등이 있었다면 해당 점주의 자녀나 친인척 등 다른 점주로 명의를 변경하는 등의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는데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가맹계약 갱신이 거절되면서 A씨는 같은 법원에 bhc를 상대로 반소를 제기했다. bhc로 가게를 계속 운영했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한 부분을 손해배상하라는 취지다. 수원지법 제17민사부는 bhc가 A씨에게 4343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 결과에 양측이 항소하면서 A씨와 bhc는 항소심에서 다툼을 이어갈 전망이다. A씨는 bhc의 가맹계약 갱신 거절 통보로 인해 물품공급이 중단되면서 더 이상 치킨집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현재 다른 업종의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bhc의 가맹계약 갱신 거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2심을 준비 중이다. bhc도 A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본소가 기각돼 2심에서 다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