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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도 ‘킹달러’로 수입액 급증…9월까지 무역적자 300억달러 돌파할 듯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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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도 ‘킹달러’로 수입액 급증…9월까지 무역적자 300억달러 돌파할 듯

오팔86 2022. 9. 28. 09:22

9월 20일까지 무역적자 누적치 292억1300만달러
수입물가 상승 주범 국제유가 80달러 수준 됐으나
‘달러만 강세’에 수출 기업들 “영업이익 줄어들 것”

 

 

올해 들어 9월 20일까지 292억달러로 불어난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이달 중 3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온 국제유가가 8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달러만 강세인 ‘킹달러(King Dollar)’ 현상이 심화하면서 수출 기업의 수익성을 억누르고 있어서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둔화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환율 여건까지 나빠지면서 정부·기업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무역금융 공급 강화와 물류비 지원 등 수출 활력 제고 대책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연합뉴스
 
 
 

◇ 9월까지 무역 적자 누적치 300억달러 넘을 듯

 

 

28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이달 중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9월 20일까지 누적치는 292억1300만달러 적자였다. 8월 말까지 247억2700만달러로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가 9월 들어 20일 만에 45억달러 더 늘어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10월 1일에 9월 수출 실적이 나와야 정확히 알겠지만, 9월 20일 이후 열흘(21~30일) 동안 교역 여건을 개선시킬 만한 이슈가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로 가지 않는 이상 무역수지의 급격한 개선은 쉽지 않다. 최근 그런 징후가 없어 이번 달도 적자가 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무역 적자는 이미 무역 통계 사상 가장 큰 규모로 불어났다. 기존 최대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직전인 1996년의 206억달러 적자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야기한 수입 물가 상승과 주요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가 무역수지 적자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낸 ‘기업 생산비용 증가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모든 산업의 생산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8.7% 늘었다. 10.8%를 기록한 2009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 10년간 생산비용 평균 증가율은 1.9%였다.

 

수출 경쟁력을 뒤흔든 악재로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 침체와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꼽힌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대(對)중 수출은 6~8월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8%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이 역성장한 건 26개월 만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430원을 넘은 9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연합뉴스
 
 

◇ 고환율에 수출 기업 영업이익 악화

 

 

일각에선 에너지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무역수지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00달러를 크게 웃돌던 국제 유가는 현재 70~8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2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03달러(2.58%) 하락한 배럴당 76.71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북해 브렌트유 11월물은 2.46달러(2.86%) 내린 배럴당 83.69달러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의 배경에는 달러만 홀로 강세인 킹달러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20~21일(현지시각) 열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25~2.50%에서 3.00~3.25%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세 번 연속 밟은 것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는 달러 초강세 현상을 구축했다. 26일(현지시각)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보다 0.99% 상승한 114.085에 마감했다.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을 뚫었다. 27일 마감 기준 1421.5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는 갈 길 바쁜 우리나라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00대 수출 제조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환율 전망과 기업 영향’에 따르면, 기업들은 환율 전망치 상승에 따라 영업이익이 평균 0.6%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환율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응답 기업의 45.8%가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전경련은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입단가와 물류비 등의 상승 영향이 가격 경쟁력 개선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수출 호재’로 통했다. 그러나 이 공식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원화 약세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일부 호재로 작용할 순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원화뿐 아니라 다른 수출 경쟁국의 통화 가치도 일제히 떨어져 환율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상의가 수출 기업 300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4.7%가 올해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 DB
 
 

◇ 수출 살리기 총력전… “무역금융 351조원 공급”

 

 

정부는 풍전등화(風前燈火) 수출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출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무역보험 체결 한도를 상향해 역대 최대 규모인 351조원까지 무역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업별 보증 한도도 중소·중견기업 각각 50억원에서 중소기업 70억원, 중견 100억원으로 확대한다. 또 수입보험 적용 대상 품목과 한도를 9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해 수출기업의 원자재 수입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물류비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로는 예산 90억원을 더 확보해 중소·중견 수출기업 750곳의 물류비를 추가 지원한다. 또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론 600억원 규모의 특별 저리융자를 제공한다. 기업당 최대 3억원을 연금리 2~2.5%, 융자 기간 3년으로 지원하는 조건이다. 해양수산부는 장치율을 고려해 부산 신항 내 수출화물 반입허용기간을 현 3일에서 4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내수기업에도 수출성장금융을 500억원 지원하고 온라인 수출을 지원하는 디지털수출종합지원센터를 현재 6곳에서 오는 2027년 3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온라인 수출 업무를 대행하는 ‘디지털 무역상사’를 내년에 100곳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1만명의 디지털 무역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정부가 수출 경쟁력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대내외 환경에서는 극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솔직한 평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출 지원책이 기업의 급한 불을 잠시 꺼줄 순 있으나 수입 물가가 계속 오르고 달러만 강세인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얻긴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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