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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결별 15년 만에 폐업... 신준호의 푸르밀, 왜 망했나

오팔86 2022. 10. 19. 09:37

신격호 20살 터울 남동생 신준호, 롯데그룹 2인자까지 올라
형과 부동산 두고 갈등으로 강등...2007년 우유 사업 분사
2018년 차남 신동환 대표 체제로 바뀌며 적자 악화
“우유 수요 줄며 경쟁사 연구개발 활발한데 기존 제품에 몰두”
유업계 “푸르밀 생산설비 가장 노후화”...푸르밀 노조 “신동환 관심사는 오로지 피규어 수집”

 

 

 

비피더스, 가나초코우유로 잘 알려진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롯데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지 15년 만에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푸르밀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20살 터울 남동생이자 한때 롯데그룹 부회장까지 승승장구 했던 신준호 전 회장이 만든 회사다.

 

회사 측은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를 원인으로 들었으나 유업계와 푸르밀 관계자들은 신 전 회장과 아들인 신동환 대표의 경영 감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동종업계 기업들이 우유를 다변화하고 건강기능식품 등 신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최신 설비에 투자하는 동안 푸르밀은 잘 팔리는 몇개 제품을 살짝 변형하는 식의 오랜 관행에 머물러 있다가 이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 롯데 2인자 였던 신준호, 부동산 두고 형제의 난...우유 사업 분사

 

1941년생인 신준호 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127,000원 ▼ 1,500 -1.17%) 전무로 처음 경영에 발을 들인 후 롯데제과, 롯데건설사 등 주요 계열사 대표를 거쳐 1992년 그룹 2인자인 롯데그룹 부회장까지 오른다.

 

 

                                                                           그래픽=이은현
 
 

그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형제들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큰형 옆에 붙어 롯데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은 일찌감치 사업체를 차려 독립했고 일부는 형과 대립했다.

 

1996년 형제관계가 급속히 악화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금융실명제가 시작되면서 신격호 회장은 양평동 땅 등 신준호 전 회장의 명의로 돼 있던 전국 7군데 약 37만여평 부지를 회사 명의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신준호 전 회장이 이에 반발, 소송전이 벌어졌고 신격호 회장이 승소한 후에도 형제 사이에 앙금은 남는다. 신준호 전 회장은 1996년 롯데햄·우유 부회장으로 이른바 강등된다.

그 무렵 일본에 있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와 경영수업을 시작하면서 신준호 전 회장의 그룹 내 입지는 축소됐다.

 

이때부터 신준호 전 회장은 홀로서기를 모색했다. 2004년 부산 소주 업체 대선주조를 6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05년 대선건설을 건립한다.

2007년에는 롯데햄·우유를 롯데그룹에서 분사시켰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면서 롯데그룹과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했다. 당시 한 인터뷰에서 “형님이 쓰기 원치 않는 롯데라는 이름을 굳이 고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신동환 체제 후 적자 확대... “투자 없이 기존 제품 변형에 몰두”

 

푸르밀은 설립 초기 롯데햄·우유에서 기존에 개발했던 비피더스와 가나초코우유, 바나나우유,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등 인기제품에 힘입어 2012년 기준 연 매출 3000억원을 넘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87,400원 ▲ 1,200 1.39%)에 자체 브랜드(PB) 우유를 납품한 것도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됐다.

2009년 취임한 전문경영인 남우식 전 대표 체제 하에서 꾸준히 순이익을 내면서 결손금이 129억800만원에 달했던 회사에서 2012년부터는 이익잉여금이 발생, 2017년에는 271억900만원이 쌓인다.

 

이 무렵 유업계 경쟁이 치열해졌고 돌파구를 찾던 회사는 오너 경영 체제로 회귀한다. 통상 내부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은 인사나 외부 전문가를 기용하는 것과는 정반대 전략을 취한 것이다.

2018년 신준호 전 회장 차남 신동환 대표가 취임한 이후 공교롭게 회사 실적은 내리막을 걷는다. 2017년 매출은 2575억원이었으나 매년 줄어 작년 기준 1800억원에 그친다. 영업이익은 2018년 15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매년 확대돼 작년 기준 124억원이다.

적자가 쌓이면서 회사의 결손금은 작년 기준 240억원에 이른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6억원이다.

 

 

                                                                                    그래픽=이은현
 
 

유업계 관계자들은 매일유업(48,200원 ▲ 0 0%), 서울우유, 연세우유 등 경쟁사가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2010년 초반부터 우유 신제품을 확대하고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눈을 돌리는 동안 푸르밀은 기존 제품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국내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PB 제품을 고를 때 가장 가격이 저렴한 것이 푸르밀 제품”이라며 “어느순간부터 푸르밀은 제품력이 아니라 가격으로 소구하는 제품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푸르밀 설비는 유업계에서도 생산설비가 가장 노후화 됐다고 들었다”며 “우유업계가 돈을 벌어서 설비 투자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신제품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푸르밀은 그게 안돼 기존 제품을 살짝 변형하는 식의 출시 밖에 못 했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도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푸르밀 노조는 성명에서 “신동환 대표의 관심사는 오로지 개인 취미생활인 피규어 수집 뿐”이라며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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