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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취임] 4대 그룹 중 가장 늦은 54세 ‘늦깎이 회장’ 본문
27일 삼성전자(59,500원 ▲ 100 0.17%) 이사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의결되며,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회장 승진은 지난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이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 입사를 기준으로 따지면 31년 만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사실상 그룹의 총수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했지만, 공식적인 회장 승진 시기는 늦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희 전 회장의 경우 앞서 1987년 12월 45세에 회장직에 올랐다. 1968년생인 이재용 회장이 9년 정도 늦게 회장 타이틀을 단 것이다. 회장 승진은 법률상의 직함은 아니어서 사내 주요 경영진이 모여 결정하면 이뤄지지만, 이 회장은 승진을 미뤄 왔다.
그간 재계 4대 그룹 중에서 회장에 취임하지 않은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했다. 정의선 현대차(162,000원 ▲ 1,500 0.93%)그룹 회장은 지난 2020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만 50세의 나이로 회장에 올랐다. 최태원 SK(210,500원 ▲ 5,000 2.43%)그룹 회장은 지난 1998년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 지 일주일 뒤 만 39세의 나이로 회장에 올랐다. 1978년생으로 4대 그룹 중 막내인 구광모 LG(79,500원 ▲ 1,700 2.19%)그룹 회장도 지난 만 40세가 되던 지난 2018년 구본무 회장의 별세 이후 한 달여 만에 회장 직함을 달게 됐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늦어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에 직접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본인의 발언을 뒤집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고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여간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새벽 향년 78세에 별세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며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회장 승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회장 승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금도 삼성바이오로직스(873,000원 ▼ 23,000 -2.57%) 회계 조작 등의 혐의로 매주 목요일마다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의 지분이 더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도록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이사회에서 회장 승진이 결정된 이날 오전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 회장은 이미 과거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2017년 2월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뼈아픈 경험도 있다. 이후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며 풀려난 뒤, 부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 비전을 밝히고 ‘이재용 체제’를 시작하려 했으나 작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이후 2020년 5월 총수로서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이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구성했으나, 구속을 피할 수는 없었다. 작년 8월 가석방 이후 형기가 종료된 뒤에도 5년 동안의 취업 제한 규정 때문에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며 모든 제한이 풀리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에 따라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내년 3월 이사회·주주총회 등을 거쳐 등기 임원에 오를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