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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난 골목, 늘 위태위태”… ‘이태원 참사’는 예고된 ‘인재’였다

오팔86 2022. 10. 31. 11:03

이태원 참사 전날에도 많은 인파 몰려… 상인들 “안전사고 우려”
용산구청·용산소방서, 핼러윈 대책 세웠지만 안전 관리는 빠져
경찰, ‘주최 없는 행사’라 인파·교통 통제 소홀 아쉬움
일본은 압사 참사 후 경찰이 적극적으로 인파 관리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늘 많은 사람이 몰려서 위태위태한 곳이다.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통제에 나섰더라면…”(이태원의 한 상인)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와 경찰·소방이 1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하면서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태원 일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예고된 사고였다는 반응이다. 참사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28일(금요일)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크고 작은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30일 오후 10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의 희생자는 총 154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고는 길이 45m·폭 4m 내외에 불과한 좁은 골목길에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렸다가 대열이 무너져 다수의 시민이 호흡곤란으로 숨을 거둔 어처구니 없는 참사였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뉴스1
 
 

지자체와 경찰, 소방은 핼러윈 데이를 맞아 주말에 대규모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것을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 국면에 접어들고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맞이한 핼러윈 데이라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올 게 자명했다. 하지만 지자체나 경찰·소방은 대규모 인파 관리나 뚜렷한 안전 대책은 내놓은 것이 없었다.

 

이태원을 담당하는 용산구청은 지난 27일 ‘핼러윈 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소독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에 나선다는 내용만 발표했을 뿐, 대규모 인파에 대한 안전 대책은 없었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29일에도 용산구청 직원은 현장에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용산소방서도 지난 25일 ‘핼러윈 데이 소방안전대책’을 세웠지만 효과가 없었다. 용산소방서의 내부 문건을 보면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태원 관광특구와 엔틱거리를 대상으로 안전순찰을 늘리고, 소방력을 배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안전순찰 대상 지역이 대로변에 국한돼 있어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은 사각지대로 남았다.

 

경찰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생존자들은 “경찰이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외신도 한국 경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고 현장을 목격한 외국인 인터뷰를 통해 “사고 현장 인근에 교통경찰 몇 명만 있었다”면서 “인파를 통제하기엔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인 목격자 인터뷰를 통해 “인파를 통제하려면 더 많은 경찰을 배치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왼쪽)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현장을 찾아 경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뉴스1
 
 

이번 핼러윈 데이에 경찰이 이태원 일대에 배치한 경력은 200명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경찰청은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예년보다 많은 규모의 경력이 이태원 일대에 배치됐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경력이 안전 관리가 아닌 마약·성범죄 단속을 위해 투입됐기에 인파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대부분은 사복 경찰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안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교통 통제와 인파 관리만 했어도 이번 압사사고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5~16일에 이태원 일대에서 진행된 이태원지구촌축제 때도 이번처럼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안전 사고는 없었다. 지구촌축제는 주최 측이 있었고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후원하는 공식 행사였다. 덕분에 경찰이 주최 측의 협조 요청을 받아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인파를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게 하는 등 안전 관리 조치가 있었다.

 

반면 핼러윈 데이는 주최가 별도로 정해진 행사가 아니었기에 경찰이나 지자체도 사전에 안전 관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핼러윈 데이는 별도의 집회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이기에 경찰이 허용하고 말고 할 문제는 아니었다”면서도 “하지만 경찰 스스로가 예측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 핼러윈 데이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교통 통제와 동선 관리의 필요성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고 전날만 해도 이태원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토요일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경찰이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들이 30일 도쿄 시부야에서 핼러윈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사람들이 차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찰이 일렬로 서 있다./연합뉴스
 
 

한국보다 더 큰 규모로 핼러윈 데이 축제를 즐기는 해외에서는 경찰이 사전에 나서 안전 관리를 챙긴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는 핼러윈 기간에 최대 100만명이 집결한다. 일본 경찰은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주요 길목마다 경찰들이 인간 띠를 만들고, 확성기를 통해 인파 관리에 나선다. 2001년 효고현 아카시시에서 불꽃놀이를 보고 좁은 인도교에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가 11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치는 압사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의 의무 업무로 ‘혼잡로 경비’를 포함시킨 탓이다.

 

시부야구는 핼러윈 기간에 길거리 음주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 골목길에 뿌려진 술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 술에 의해 사람들이 미끄러져 넘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시부야구처럼 길거리 음주를 사전에 막았다면 어느 정도 위험 요인을 제거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도 핼러윈 기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일시 폐쇄하는 등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걸 방지하고 있다. 마틴 에이머스 영국 잉글랜드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WP에 “군중 밀집도를 예측하고 감지, 방지하는 적절한 군중 관리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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