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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가이드
‘엔진 없는 배’ 준비하는 조선사들… 연료전지 추진선 개발 박차 본문
삼성重, PEMFC 기반 추진 시스템 개발
현대重, 쉘-두산과 SOFC 탑재선 실증
해양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연료전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박의 추진시스템을 내연기관에서 연료전지 기반 전기모터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선박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독자적인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5,480원 ▲ 160 3.01%)은 범한퓨얼셀(31,200원 ▲ 750 2.46%) 등과 함께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PEMFC) 기반 액화수소 연료전지 선박 추진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최근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기본 인증(AIP)을 획득했다. 이에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블룸에너지와 공동연구를 통해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 추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개발해 DNV로부터 AIP를 받았다.
현대중공업(114,500원 ▲ 4,500 4.09%)그룹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78,100원 ▲ 2,200 2.9%)도 지난달 11일 두산퓨얼셀(36,700원 ▲ 2,950 8.74%), 쉘(Shell), 하이엑시엄, DNV와 함께 ‘선박용 연료전지 실증을 위한 컨소시엄’ 본계약을 체결하며 연료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오는 2025년부터 쉘이 운용할 17만4000㎥급 LNG 운반선에 600㎾급 SOFC를 탑재하고 이를 보조동력장치(APU)로 1년간 활용하며 실증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장기적으로 연료전지를 추진 동력원에 적용할 수 있는 고효율 친환경 선박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협약과는 별도로 육상·선박용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SOFC 관련 자체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19,300원 ▲ 500 2.66%)은 잠수함 건조 분야에서 이미 연료전지 적용 경험을 갖고 있다. 3000톤(t)급 KSS-III(장보고-III) Batch-I 시리즈에는 범한퓨얼셀의 PEMFC가 적용돼 잠항중에도 전력을 생산한다. 상선 분야에서는 지난해 미국 선급 ABS에서 SOFC 시스템의 초대형유조선(VLCC) 적용에 대한 기본승인을 받았고, LNG운반선 적용도 연구 중이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정부의 친환경 예인선(Tugboat) 개발 사업을 수주하고, 친환경 연료 및 전동화 육상시험시설(LBTS: Land Based Test Site)을 구축하면서 상선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35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수소연료전지 예인선에는 3MW급 PEMFC-배터리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이 개발돼 탑재될 예정이다.
연료전지 선박 개발을 목표로 한 스타트업도 순항중이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출신 엔지니어들이 지난 2017년 설립한 빈센은 PEMFC 기반의 연료전지추진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선박용 전기추진 장치와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공급 장치, 전기보트 제어 시스템 등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PEMFC을 적용한 수소연료전지 추진 보트 ‘하이드로제니아’를 제작해 시운전까지 마쳤다.
빈센은 중장기적으로 PEMFC를 사용해 약 5만DWT(재화중량톤수) 이상을 적재할 수 있는 탱커(액체화물선)에 연료전지추진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빈센은 포스코그룹 등과 협력해 선박 환경에 특화된 고성능·고내구성 연료전지 개발 및 양산도 준비중이다.
연료전지 추진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현재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박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의 동력원을 기존 석유나 가스에서 전기로 바꾸는 전동화(Electrification)가 이뤄지면 운송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만(MAN), 바르질라(Wärtsilä) 등 글로벌 엔진 강자들이 장악한 선박용 기자재 가치사슬이 한국 조선업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SOFC의 부피와 중량, 발열 문제나 PEMFC에 필요한 안정적인 액화수소 공급 등의 문제는 아직 풀어 나가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