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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진출은 실패했지만…카타르 월드컵 광고판 점령한 중국 기업

오팔86 2022. 11. 21. 23:28

카타르 월드컵에 중국 대표팀은 없지만, 중국 기업은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 부주석이던 2012년 2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방문해 축구공을 차고 있다. 시 주석은 축구광으로 유명하다. /AFP 연합
 
 

21일 오전 1시(한국 시각)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에콰도르 공격수 에네르 발렌시아가 전반 15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이번 대회 첫 골을 터뜨렸을 때 카타르 골대 뒤 광고판엔 중국 가전제품 제조사 하이센스(Hisense)가 노출됐다. ‘세계제이 중국제일 하이센스(世界第二 中國第一 Hisense)’란 광고 문구가 큼지막하게 떴다. 에콰도르 선수들이 경기장 한쪽에 모여 세리머니를 할 땐 뒤편에 중국 유제품 기업 멍뉴(蒙牛) 광고가 나왔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잔디 구장 주변 광고판을 점령한 중국 기업 광고였다. 하이센스와 멍뉴 외에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萬達文旅),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 중국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보스즈핀(BOSS直聘)이 광고판에 반복적으로 나왔다. 미국 맥도날드 광고가 나올 땐 중국 브랜드명 마이당라오(麥當勞)가 함께 노출되기도 했다.

 

중국 기업은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에 후원사로 대거 참여했다. 경기장 내 광고판에 돌아가며 나오는 국제축구연맹(FIFA) 파트너(Partners), 공식 스폰서(Official Sponsor), 공식 지역 서포터(Official Regional Supporter) 기업 중 상당수가 중국 회사다. 후원사의 국적별로 보면 중국 기업들이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제 스포츠 대회의 큰손 후원사로 부상한 것이다. 중국 국내·해외 소비자를 모두 공략하는 스포츠 마케팅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내 시청자에겐 중국 기업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며 자긍심을 심어주고, 수십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시청자에겐 브랜드를 각인시켜 해외 시장 확장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2022년 11월 21일 오전 1시(한국 시각) 열린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서 에콰도르 공격수 에네르 발렌시아가 전반 15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는 순간 카타르 골대 뒤 광고판에 중국 가전제품 제조사 하이센스(Hisense) 광고가 나오고 있다.
 
 

영국 데이터 분석·컨설팅 기업 글로벌데이터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카타르 월드컵을 포함해 FIFA와 후원 계약을 하며 낸 돈은 총 13억9500만 달러(약 1조8900억 원)다. 코카콜라·비자·버드와이저·맥도날드 등 미국 기업 총액(11억 달러)보다 많다. 연간으로 나누면 1위 중국(2억700만 달러), 2위 카타르(1억3400만 달러), 3위 미국(1억2900만 달러) 순이다.

 

후원사 중 가장 높은 등급인 ‘파트너’ 7곳(아디다스, 코카콜라, 현대차·기아, 완다그룹, 카타르항공, 카타르에너지, 비자) 중 한 곳이 중국 완다다. 완다는 부동산·엔터테인먼트·금융 등 다양한 분야 사업체를 거느린 재벌로, FIFA와 2016~2030년 15년간 8억5000만 달러(약 1조1500억 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하이센스·비보·멍뉴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카타르 월드컵에도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다. 비보는 2017년부터 6년간 4억5000만 달러, 멍뉴는 올해까지 2년간 6000만 달러, 하이센스는 1년간 35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보스즈핀은 아시아·태평양 국가 경기에서 광고할 수 있는 ‘공식 지역 서포터’로 선정됐다.

 

 

2022년 11월 21일 오전 1시(한국 시각) 열린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서 하이센스, 비보, 완다그룹, 멍뉴 등 중국 후원 기업의 브랜드가 광고판에 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
 
 

중국 기업들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월드컵 후원사 타이틀을 따내고, 이를 발판 삼아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과거 한국·일본 기업이 하던 방식 그대로다.

 

러시아·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FIFA 고위직 인사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부패 스캔들이 2015년 터진 후 소니·존슨앤드존슨·에미리트항공 등 주요 기업이 스폰서십을 중단하자,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중국 기업이다. 완다는 2016년 3월 중국 기업 중 처음으로 FIFA의 가장 높은 단계 스폰서십인 ‘파트너’ 계약을 따냈다. 당시 완다 창업자인 왕젠린 회장은 “그전까지 우리가 원하더라도 월드컵 후원사가 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중국 기업에 (FIFA 뇌물·부패 스캔들이) 기회가 됐다”고 했다.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 창업자 왕젠린 회장이 2016년 3월 FIFA(국제축구연맹)와 최고 등급인 '파트너' 후원 계약을 맺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비보는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식 스폰서’ 계약을 계기로 전 세계에 비보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 ‘미니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UEFA 유로컵)에도 후원사로 참여하며 유럽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두 배 이상으로 올렸다. 하이센스도 2016년 1억 달러를 써 러시아 월드컵 ‘공식 스폰서’ 타이틀을 따냈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 후 하이센스 TV 판매량이 3배 치솟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카타르 월드컵에선 기업 후원 외에도 곳곳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월드컵 결승전이 치러질 루사일 경기장은 중국 국영 기업 중국철건국제가 7억7000만 달러(약 1조 원)를 들여 지었다. 축구공·국기·트로피·호루라기 등 경기 관련 용품은 60% 이상이 세계 최대 도매시장으로 불리는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서 생산됐다. 중국 광둥성·저장성 기업들은 경기 관람을 위해 카타르를 방문한 관광객용 컨테이너 숙소 1만 채 이상을 공급했다고 중국 관영 CCTV는 전했다. 중국 전기 버스 1500대도 선수단과 대회 참가자, 방문객을 실어나른다. 중국은 카타르에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을 선물하기도 했다. 경기장 잔디 관리는 중국 닝샤대가 기술 지원을 맡았다. 중국이 건설한 카타르 최초 태양광 발전소도 탄소 중립 월드컵 개최에 쓰인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카타르 월드컵에 중국은 대표팀 빼고 다 갔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공감을 얻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공장에서 직원이 카타르 월드컵 기념 스카프를 보여주고 있다. /AFP 연합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 제조)’가 세계 최대 축구 축제에서 ‘중국 파워’를 보여줬으며, 특히 중국 브랜드는 전 세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스폰서십에 통 큰 베팅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비록 중국 팀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카타르 모든 곳에서 중국적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국가대표팀은 올해 2월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베트남에 패해 본선 진출이 또 무산됐다. 축구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주석 시절이던 2011년 중국의 월드컵 진출·개최·우승이란 ‘월드컵몽(월드컵 드림)’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번번이 좌절됐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간 것은 2002 한·일 월드컵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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