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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게임업계로 세 불리는 ‘귀족 노조’... “억대 연봉 부족해 사탕 더 달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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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게임업계로 세 불리는 ‘귀족 노조’... “억대 연봉 부족해 사탕 더 달라”

오팔86 2023. 4. 11. 21:36

인터넷·게임업계 노조 가입자, 최근 급증
카카오 50%, 네이버 40% 육박
엔씨소프트 노조, 게임업계 5번째
직원 평균 연봉 1억원대… 귀족노조라 불리는 현대차 상회
”사측과 노조가 산업 발전 위해 시너지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엔씨소프트 판교사옥 전경./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최근 민주노총 산하에 노조를 출범하는 등 인터넷·게임업계에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노조가 설립된 것은 엔씨소프트가 다섯번째다. 카카오의 경우 올해 초 노조 가입자가 급증, 전체 직원수의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는 인터넷·게임업계 노조가 ‘연봉을 더 달라’ ‘근무시간을 줄여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처우 개선 요구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지회는 전날 노조 출범을 공식화했다. 엔씨소프트지회 별칭은 ‘우주정복’인데, 우주정복은 한때 엔씨소프트의 캐치프레이즈였다. 끊임없이 도전해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노조가 말하는 우주정복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정의하는 행복한 회사’라는 뜻으로, 사측과는 다른 뜻을 담고 있다. 일종의 언어유희로 사측을 비판한 것이다.

 

엔씨소프트 노조는 임원진과의 임금 격차와 노동 강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설립 선언문을 통해 “엔씨소프트의 핵심 가치인 도전정신, 열정, 진정성 등이 가족경영에 기반을 둔 수직적·관료적 문화로 훼손됐다”며 “임원 중심의 관료적 조직 문화와 만연한 불법 연장근로, 권고사직, 대기발령 등이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에 앞서 2018년 넥슨, 스마일게이트에서 가장 먼저 노조가 설립됐고, 2020년 엑스엘게임즈, 2021년 웹젠 등이 뒤를 이었다. 화섬노조 산하 IT위원회엔 이들과 함께 네이버, 카카오 등의 노조가 소속돼 있다.

 

카카오 노조도 지난해 말부터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10월 100명으로 시작한 카카오 노조는 2021년 말부터 급속도로 늘어나 지난 1월 기준 조합원 수가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1900여명에 달한다. 네이버 노조의 가입률도 지난 1월 본사 기준 40%다. 인터넷·게임업계 노조 설립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늦은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입지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엔씨소프트를 따라 향후 다른 게임업체 직원들도 잇따라 노조를 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연합뉴스
 
 

인터넷·게임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대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귀족 노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게임업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1억600만원에서 2022년 1억1400만원으로 7.6% 인상됐다. 게임업계에서 평균 연봉이 1억원대인 곳은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정도인데, 그마저도 작년에는 직원들 연봉을 각각 8.6%, 13.5%씩 삭감했다. 카카오는 1억3900만원, 네이버는 1억3449만원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강성 노조이자 귀족 노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지난해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은 1억500만원이었다.

 

엔씨소프트 노조는 “무리한 일정에 갑작스런 요구, 프로젝트가 접히면 이직이 강요되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떨어야 한다”며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야근이 공짜가 됐고, 주말출근은 교통비만 쥐어줬을 뿐이다. 더욱 빈번해진 크런치모드로 장시간 노동에 과로는 일상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의 이 같은 입장은 업계에서도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업계에서 1등 기업인 만큼 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좋은 편이고, 다른 회사들도 그만큼 쫓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사측과 노조가 산업 발전을 위해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은데 대결 구도로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노조에 실제로 몇 명이나 가입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며 “목소리 큰 일부 집단에 불과할 수도 있다. 대부분 게임업체 직원들은 가입할 필요를 못 느껴 노조 가입률이 낮은 편이다”라고 했다.

 

노조 설립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스마일게이트 재직 중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났는데, 류 의원은 노조설립을 추진하다 해고당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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