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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적자’ 캐롯손보 키우고 ‘흑자’ 저축은행 정리하는 이유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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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적자’ 캐롯손보 키우고 ‘흑자’ 저축은행 정리하는 이유는

오팔86 2023. 8. 14. 11:24

에너지·방산은 김동관, 금융은 김동원 구도
저축은행 모회사는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솔루션
위치 애매한 저축은행 안정적 실적에도 매각 추진
김동원 사장 야심작 캐롯손보, 인재 영입·투자 확대

 

 

                                                                            한화그룹 본사 /뉴스1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 재편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디지털 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은 인력을 보강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내 온 ‘알짜기업’ 한화저축은행은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가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캐롯손보를 키우고 효자 노릇을 해 온 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그룹의 승계 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캐롯손보는 김승연 회장의 차남으로 현재 그룹의 금융 부분을 맡고 있는 김동원 사장이 지배하고 있다. 반면 한화저축은행의 모회사는 김 사장의 형인 김동관 그룹 부회장이 관리하는 한화솔루션이다. 에너지·방위산업은 김동관 부회장이, 금융은 김동원 사장이 맡는 그룹 승계 구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캐롯손보는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위치가 애매해진 저축은행은 정리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 캐롯손보, 애플 출신 CTO 영입하고 새 광고 모델 발탁

 

캐롯손보는 지난 7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애플 본사에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기계학습) 개발을 담당해 온 이진호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캐롯손보는 이진호 CTO 영입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상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기존 보험사와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캐롯손보는 최근 마케팅과 영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새로운 광고 모델로 배우 고윤정씨를 발탁하고, 이달부터 신규 광고를 TV와 유튜브, 디지털 채널 등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5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디지털 손해보험사다. 그러나 출범 후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도 10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고급 기술 인력을 영입하고, 광고·마케팅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이른 시일 안에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앞서 지난해 9월 캐롯손보의 경영난 개선을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문효일 대표이사로 교체했다. 지난 5월에는 현대차그룹 광고계열사인 이노션과 한컴 등에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던 배주영씨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선임하기도 했다.

 

 

캐롯손보의 퍼마일자동차보험 신규 광고 캠페인 영상. 캐롯은 최근 배우 고윤정씨로 광고 모델을 교체하는 등 마케팅 영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캐롯손해보험 제공
 
 

◇ 안정적 실적 유지한 한화저축은행은 매물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사모펀드(PEF) 등과 접촉해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한화저축은행은 비교적 건실한 금융 계열사로 꼽힌다. 지난해 순이익은 2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한화저축은행의 모태는 지난 1983년 경기 부천에서 출범한 삼화상호신용금고다. 1994년 한보그룹에 인수된 뒤 1998년 제일화재에 매각돼 새누리저축은행이란 이름으로 영업을 했다. 제일화재는 김승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운영했던 회사다. 2008년 제일화재가 경영난을 겪은 끝에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누리저축은행도 함께 계열사로 편입됐고, 2011년 한화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한화저축은행이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중 유일하게 한화생명의 지배를 받지 않는 이유도 건설과 솔루션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김영혜씨로부터 제일화재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 에너지·방산은 김동관, 금융은 김동원

 

IB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에너지·방산은 김동관 부회장이 맡고, 금융 부문은 김동원 사장이 담당하는 승계 구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최근 금융 계열사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캐롯손보의 모회사는 60.4%의 지분을 가진 한화손해보험이다. 한화손보는 51.4%의 지분을 보유한 한화생명의 지배를 받는다. 캐롯손보와 한화손보를 포함해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그룹 금융 계열사 지배 구조의 정점은 한화생명이다. 김 사장은 한화생명의 대주주인 한화 지분의 2.1%, 한화생명 지분의 0.0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왼쪽)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한화 제공
 

캐롯손보는 김동원 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맡아 설립 작업을 진두지휘했으며, 경영에도 많은 관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선 캐롯손보가 이른 시일 안에 실적을 개선하고 자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저축은행은 김 사장이 지배하는 금융 계열사 그룹에 속하지 않는다. 모회사인 한화글로벌에셋은 한화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주사인 한화가 3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저축은행은 매년 흑자를 내고 있지만, 금융 계열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위치도 애매해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면서 “반면 김 사장이 설립과 경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캐롯손보는 흑자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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