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가이드

50년 된 한약방을 벤처기업으로… 숙취해소제·한방차로 B2C 공략 본문

카테고리 없음

50년 된 한약방을 벤처기업으로… 숙취해소제·한방차로 B2C 공략

오팔86 2023. 9. 20. 17:03

[중견·중기 오너 2.0] 류종혁 서울약재소 대표
“도매가 후려치기 악습 끊었더니 품질 개선”
“품질에 ‘브랜드’ 더해… B2C로 사업 확장”

 

 

 

한국경제를 이끄는 중견·중소기업의 2·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선대로부터 배운 승부 근성과 해외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간다. 1세대 기업인을 뛰어넘기 위해 2·3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약재소(藥材所). 한약재의 ‘약재’와 장소를 뜻하는 ‘소’를 합친 말이다.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니지만, 한약재를 다루는 곳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같은 의미의 표준어로는 ‘약업사(藥業社)’가 있다. 그러나 류종혁(42) 서울약재소 대표는 일반 소비자들이 이 단어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다. 부모님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아 ‘용우약업사’ 대표가 된 그는 이름부터 바꿨다.

 

류 대표는 “제기동 경동시장에는 다양한 약업사가 있다. 그런데 이는 업계 사람만 아는 용어”라며 “대부분의 약업사는 B2B(기업 간 거래)에 치중해 있으니 이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확장을 해야 했기에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약재소는 국내 한방식품 업계의 유일한 벤처기업이다. 벤처 인증은 정부의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통해 부여된다. 전문 평가기관이 혁신성과 성장성 등을 심사한다. 벤처기업은 벤처투자유형, 연구개발유형, 혁신성장유형, 예비벤처유형으로 나뉘는데 서울약재소는 혁신성장유형으로 신청해 인증받았다. B2B 위주의 시장에서 연구개발로 B2C 제품을 만들고 새 이미지를 입힌 과정이 혁신적으로 평가받았다.

 

 

가업을 이어받아 한방식품 사업에 뛰어든 류종혁(오른쪽) 서울약재소 대표. 왼쪽은 서울약재소 리브랜딩을 책임진 오승영 이사. /이은영 기자
 
 

◇ 유통 관행 바꾸고 B2C로 제품 확장

 

류 대표는 1965년 동대문 서울약령시장에서 한약재 도소매를 시작한 아버지에 이어 2대째 한약재를 다루고 있다. 전기과를 전공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다시 대학에 들어가 한약자원학을 전공했다. 한약재는 약 1000종에 달해 공부에만 5년이 걸렸다.

 

2015년 34세에 업체를 물려받으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럿 보였다. 류 대표는 먼저 도매 유통 체계를 다시 세웠다. 관습처럼 여겨지던 도매가 후려치기부터 근절했다. 그는 “이쪽 업계 대부분이 견적이 나오면 가격부터 깎고 본다. 그러다 보니 결국엔 품질 문제가 발생해 악순환이었다”며 “우리는 가격을 깎지 않았다. 대신에 품질을 최우선으로 따졌다. 부르는 값을 줄 테니 최고 품질의 제품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원 등을 대상으로 하던 B2B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는 것을 목격한 류 대표는 B2C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거래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원은 사라지기 직전이고, 한의원은 예전만큼 한약재를 다루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결국 B2C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엔 비슷한 B2C 시장이 홍삼 브랜드 정도다. 소비자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제대로 된 한방식품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울약재소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숙취해소환 ‘첫잔전에’와 한방차(쌍화차), 한방환(꿀도라지환) 등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 상품인 첫잔전에는 연구·개발에만 꼬박 2년이 걸렸다. 숙취 해소에 꼭 필요한 성분 네 가지(헛개나무열매, 강황, 갈대뿌리, 아카시아벌꿀)만 담았다. 쌍화차 역시 첨가물 없이 천연 재료 아홉 가지만 넣어 만들었다. 한방 재료는 재료 간의 궁합이 중요해 불필요하게 많은 재료를 넣으면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했다고 류 대표는 설명했다.

 

 

                              서울약재소가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숙취해소제 '첫잔전에'. /서울약재소 제공
 
 

◇ 용우약업사→서울약재소… “한국적·현대적 브랜드로 변신”

 

서울약재소는 B2C 시장 진출을 위해 제품 개발만큼이나 리브랜딩(rebranding·기존 제품이나 상표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것)에 공을 들였다. 2019년 합류한 오승영 이사의 공이 컸다. 류 대표는 용우약업사 시절 숙취해소환 제품 개발을 마친 뒤 ‘간편환’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하려 했다. 그러나 오 이사가 이를 막았다. 과거 스타트업 재직 당시 제대로 된 브랜딩 작업 없이 제품을 출시했다가 쓴맛을 본 경험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후 1년간 ‘용우약업사’와 ‘간편환’의 이름을 다시 지었다. 일본 백화점에서 찾은 ‘한방 부티크’에서 영감을 받았다. 류 대표는 “보통 한방식품이라고 하면 부모님이 어딘가에서 달여 오시는 보약을 떠올리곤 한다. 이런 이미지를 탈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일본의 한방 부티크 브랜드는 한방 화장품과 식음료가 세련된 모습으로 포장돼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류 대표와 오 이사는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약업사라는 이름을 과감히 지우고 약재소라는 말을 만들었다. 한방 기업인 만큼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말을 찾다가 ‘서울’을 붙이게 됐다.

 

 

한방 약재 도소매업체였던 용우약업사(왼쪽)가 리브랜딩을 거쳐 '서울약재소'로 재탄생했다. /서울약재소 제공

숙취해소환은 타사 제품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숙취 해소’, ‘간 건강’ 등 직접적인 표현을 피했다. 제품 디자인은 친환경적이고 현대적으로 꾸몄다. 첫잔전에는 서울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2022년 서울어워드’에서 우수상품에 선정됐다. 류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학습하는 벤처기업인’ 표창을 받었다. 서울약재소는 관련 특허 2건과 상표 14건도 보유하고 있다.

 

서울약재소는 한방 문화 르네상스를 꿈꾼다. 현대인이 비타민 같은 영양제를 먹으며 건강을 관리하는 것처럼 한방식품을 찾게 하겠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부모님이 젊었을 때는 ‘약’이라고 하면 한약이 기본이었다. 낡은 이미지가 된 한방 문화를 다시 일상에 되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는 고민이다. 한방 환과 한방 차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한방 재료의 효능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류 대표는 “B2C 사업을 확장하려면 여러 세대의 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2030세대는 한방 재료의 효능을 검색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어디에 좋다고 광고할 수 없으니, 절기별로 몸에 필요한 영양 성분을 담은 제철 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기사원문보기 50년 된 한약방을 벤처기업으로… 숙취해소제·한방차로 B2C 공략 - 조선비즈 (chosun.com)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