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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두고 이동채·가족회사 지분 580억 소각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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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두고 이동채·가족회사 지분 580억 소각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오팔86 2023. 9. 28. 12:15

이동채 40만주·데이지파트너스 85.6만주 무상 증여
이 회장 가족 주식 정체 처음 드러나

 

 

‘3조 대어(大魚)’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수월하게 진행하고자 고육지책을 내놨다. 이동채 회장과 오너 가족 회사 데이지파트너스로부터 주식을 대량으로 무상 증여받아 소각한 것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입장에서는 주식 수가 125만6000주 감소함에 따라 주당 가치가 높아지게 됐다.

 

이 회장과 데이지파트너스는 보유 주식 577억7600만원어치(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를 날리게 됐다. 그럼에도 이 같은 선택을 한 데는 피치 못할 사연이 있다. 이 회장이 이미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만큼, 자칫하면 사익 편취로 인한 상법·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내린 결단인 셈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CI.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데이지파트너스는 지난 22일 보유 주식을 각각 40만주, 85만6000주씩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무상 증여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를 자사주 형태로 수증한 뒤 전량 소각했다. 이에 따라 총 주식 수는 5790만2158주에서 5664만6158주로 감소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017년 설립된 에코프로와 중국 거린메이(GEM)사의 합작법인인데, 이 회장과 직계가족이 총 175만6000주(지분율 3.04%)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이 40만주를, 이 회장 아들인 이승환 에코프로 미래전략본부장(상무)이 74만주를, 딸인 이연수 에코프로파트너스 투자심사역(이사)이 56만주를 들고 있었다. 오너 가족 회사인 데이지파트너스는 125만주(2.16%)를 갖고 있었다. 이는 이번에 회사가 자사주 소각을 공시하며 대외적으로 처음 공개한 사실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공시에는 최대주주 및 계열사 임원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지분만 공개하면 되는데, 현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고 자녀들도 미등기 임원이어서 지분 공개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자사주 소각 공시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기 때문에 대기업 집단 범위 내 동일인(총수)의 혈족 8촌까지 단 한 주라도 갖고 있다면 공개를 해야 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오너 리스크’를 우려한 한국거래소 측의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요구를 받고 자사주 무상 증여 및 소각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앞서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 계약 관련 정보가 공시되기도 전에 차명 계좌로 주식을 미리 사들인 후 되팔아 11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작년 5월 기소됐으며,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이 같은 상황에 이 회장이 상장을 앞둔 유력 계열사의 신주 인수 권리를 개인 자격으로 가져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주식 취득 때처럼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도 불거질 위험이 있다는 시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출신 변호사도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상법 상 ‘사업기회 유용 금지 의무’ 이행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기회 유용 금지 의무란 대주주가 회사에 이익이 되거나 향후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직접 취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SK(주)는 지난 2017년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했는데, 이후 최 회장이 잔여 지분 가운데 29.4%를 인수하며 논란이 됐다. 공정위는 SK(주)가 최 회장 개인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것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자본 시장 전문 변호사는 “비록 이 회장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율은 높지 않으나, 이미 한 차례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실형을 살고 있는 상황에 추가적인 법적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자사주 무상 증여가 유일한 합법적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자 대금 및 상장 후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날리는 셈이니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만약 이 회장이 주식을 무상 증여하는 대신 제3자에게 유상으로 매도했다면, 개인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에코프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5년간 서너 차례에 걸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매입 단가는 이번에 공개된 주식 수증 장부가액(4751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공모가 밴드 최상단이 4만6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무상수증으로 총 577억7600만원의 기회비용을 날렸다고 볼 수 있다. 포기한 차익은 약 52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법상 회사의 자사주 무상 취득은 자본충실을 해칠 염려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별도의 회계 처리 의무도 없다. 자사주는 자산이 아닌 자본의 차감 항목인데 자본 항목 자체는 평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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