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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예상대로”...한은, 기준금리 3.5% 6회 연속 동결

오팔86 2023. 10. 19. 12:32

지난 2월부터 6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한국·미국 기준금리 2%포인트 역전 유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다소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데다 중국발(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6연속 동결’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 동결한 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근거가 됐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동결 근거를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9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이번까지 6차례 연속 금리를 묶어뒀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를 억제하고, 가계부채로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10차례 끌어올렸다. 이에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5%로 3%포인트(p) 높아졌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는 9월까지 소비자물가가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포함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1월 5.2%를 시작으로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로 꾸준히 하락했다. 6월 2.7%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물가 안정’이 1순위 정책 목표인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2%)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다시 3%대로 올라선 뒤 9월엔 3% 중후반까지 상승했고, 일각에서는 그간 잡히던 물가가 다시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8월부터 물가가 3%대로 오른 배경에는 변동성이 큰 석유류, 농산물 영향이 있었다. 이에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를 제외한 근원물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9월(3.3%)은 전월 대비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물가 중심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셈이다.

 

국제유가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어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고금리 장기화 기조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기준금리 동결 근거가 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0.9%였기에 하반기에 1.8%가 나오면 올해 성장률은 1.4%가 된다. 여기엔 반도체 업황 회복, 국제유가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데 이어 중국 수요위축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 신호도 뚜렷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2%까지 낮춘 상태다.

 

 

 
                                                                                    그래픽=손민균
 
 

IMF가 내년 한국성장률을 하향조정한 배경에는 중국 경기 침체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리스크로 경기 반등에 불확실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전날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6.3%)보단 둔화했지만, 시장전망치(4.4%)는 웃돈 수치다. 중국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추세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부동산 침체, 냉랭한 미·중 관계 등 등 아직 남은 변수가 많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가계부채가 불어나 금융불안정을 키우는 점도 금리인상을 주저하게 만든 요소다. 금리가 더 오르면 가계의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1분기 말(3월 말·1853조3000억원)보다 0.5%(9조5000억원) 늘었다.

 

전 세계에서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을 매우 높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사한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8.1%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증가 폭은 비교 가능한 26개국 중 1위였다.

 

연준의 긴축기조가 길어지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을 선회(피벗)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당분간 현재 금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가 우리나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금투협 측은 “장기 국채금리 상승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낮아진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10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과 한국 간 역전된 기준금리 차이는 2%포인트(p)를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지난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올리면서 한국 기준금리(3.50%)와의 격차는 역대 최대인 2%p로 벌어졌다.

 

미국 국채 금리가 뛰면서 원·달러 환율도 135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이어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자금 유출 압박도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유지 근거로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 물가,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면서도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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