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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 근무 ‘노사갈등’ ‘소송대란’ 온다는 보수신문 본문
오늘부터 한국의 ‘노동’이 변화한다. 7월 첫 월요일인 2일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당 최장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무제가 도입되는 첫 날이다.
이날 아침신문은 ‘부작용이 있지만 장시간 노동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신문과 ‘부작용’에만 방점을 찍는 신문으로 나뉘었다. 보수신문은 52시간 근무제의 모호성을 놓고선 ‘노동자 피해와 혼란’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정책 결정에는 ‘노동계의 편을 든다’고 지적했다.
“주52시간 근무제 본격 시작. 여가가 반드시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 조선일보 ‘팔면봉’은 이렇게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부족한 업무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연장근로 수당도 받지 못하고 카페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한국노총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사업장 53%, ‘근로단축으로 임금 줄어들 것’”을 기사 제목으로 썼다. 동아일보는 부서장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회식에 가야하는 점 등이 노동자에 대한 감시 강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 2일 조선일보 보도. |
그런데 이들 신문은 정작 노동자에게 피해가 예상돼 노동계가 크게 반발했던 ‘52시간 근무제 6개월 유예’를 놓고선 유예쪽으로만 몰아가며 정부를 비판했다. 52시간 근무제 6개월 유예 가능성과 관련 총리는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지만 김영주 노동부장관은 이를 일축했는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 제목에까지 ‘고용부 장관’을 거론하며 김영주 장관만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노동계를 설득해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줄여야 할 김 장관이 오히려 노동계에 기울어진 주장만 되풀이하는 바람에 여권에서도 불만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정권 성향을 불문하고 노동운동을 해온 민주노총의 집회를 언급하며 “민노총이 이렇게 기고만장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가 김 장관을 비롯한 노동행정의 관계자들이 민노총 대변인처럼 행동했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김영주 장관은 민주노총이 아닌,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이다.
52시간 근무제의 단점을 부각하기 위해 ‘노동자의 피해’를 전한 이들 신문은 정작 노동계보다는 ‘사측’의 입장을 더욱 비중있게 전했다. 조선일보는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고소, 고발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익명’의 경영계 관계자의 입장을 전했다. 한국경제신문도 “노사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송대란 우려도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52시간 근무제 도입 직전까지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나온 건 문제다. 52시간 근무제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는 오히려 피해로 돌아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이 같은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그럼에도 한국 사회가 바뀌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노동강도가 높아지거나 실질소득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관행을 깨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도 “노동시간 단축은 수십년 동안 한국의 성장을 지탱해온 장시간, 저임금 노동과의 결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재벌 공익재단 문제에 조선, 매경은 재벌 입장만 대변
이날 신문에는 ‘52시간 노동’ 외에도 언론이 누구의 입장을 더욱 대변하느냐를 생각하게 만드는 쟁점이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삼성, 현대차, 한진, 금호아시아나 등 국내 대표 재벌들이 ‘공익’ 목적을 강조하며 만든 ‘공익재단’이 실제로는 편법 지배력 확장을 비롯한 사익을 위해 활용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2일 조선일보 보도. |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지분 매입을 위해 지출한 돈은 3063억 원에 달하는데 정작 공익사업에 지출한 돈이 연 평균 100억 원 수준으로 배보다 배꼽이 컸다. 재단을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쓴 것이다. 165개 재단의 자산 21%가 주식이라는 점에서 다른 기업 역시 비슷한 용도로 재단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공익재단을 통해 계열사를 지원했고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도피처’로 활용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 다수 신문이 공정위의 발표를 전했다. 한겨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공익법인 보유의 계열사 주식에 의결권을 엄격히 제안하고 내부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매일경제와 조선일보는 공정위의 ‘의도’를 문제 삼았다. “공정위, 이번엔 대기업 공익재단 겨눈다.”(조선일보) “대기업 공익법인까지 정조준한 공정위, 왜?”(매일경제) 등이다. 조선은 “재계는 공정위 주장이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공익 재단을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주장도 과도한 해석”이라며 재계의 반발을 비중있게 전했다.
▲ 2일 동아일보 보도. |
규제완화를 여전히 ‘기업 마음대로‘로 해석
이날 동아일보가 ‘경제‘를 주구장창 강조하며 규제완화를 요구한 보도도 비슷하다. 동아일보는 1면 “아무것도 안 하는 국회, 경제는 죽을 지경”을 낸 데 이어 3면에는 “정부가 규제개혁 약속해도, 시민단체 반대하면 국회는 뒷짐”기사를 내보냈고 “심상치 않은 경제 경고음,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사설까지 썼다. 한 마디로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와 국회가 시민단체 눈치를 보느라 규제완화 법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향신문은 대조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산업재해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추진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작업’이 발 묶여 있다는 보도다.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도 산재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노동자가 숨지면 ‘원청 사업주’를 중형에 하게 하고 화학물질을 쓰는 사업장은 노동부에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제출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개정작업은 “처벌이 과하고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는 경영계의 반대로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보수신문이 노동자의 입장을 존중한다면, 정부가 노동계나 시민단체 눈치를 보느라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본다면 이 사안은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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