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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빅딜'에 20년만에 또 우는 이 회사

오팔86 2019. 2. 1. 11:25
HSD엔진(옛 두산엔진 (5,590원▼ 1,270 -18.51%))이 정부 주도의 조선업 빅딜에 또 한 번 고초를 치르게 됐다. HSD엔진은 선박엔진 공급업체로 대우조선해양 매출 비중이 31%가 넘는 기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전체 선박물량 엔진 중 95%를 HSD엔진에 발주했다.

대우조선해양 (37,050원▲ 950 2.63%)이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면 현대중공업 (128,500원▼ 10,000 -7.22%)내 엔진사업부의 엔진을 쓸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날(31일) 20%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 나흘 연속 HSD엔진 주식을 사던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19억5800만원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계속 주식을 매수했던 기관 또한 전날에는 2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HSD엔진은 정부 주도 빅딜로 지난 1999년 설립된 회사다. 20년 만에 다시 진행된 빅딜로 기업 위기가 재연되는 비운의 상황을 맞았다.

HSD엔진 홈페이지 캡처
HSD엔진은 정부 주도의 빅딜과 민영화, 대기업 구조조정 등을 온몸으로 받은 기업 중 하나다. 대기업에서 분사해 출발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시가총액이 1000억원대에 그친다. 2011년만 해도 1300여명에 이르던 직원 수도 현재는 700명대로 줄었다. 

이 회사는 선박엔진 분야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1999년 한국중공업과 삼성중공업 (8,910원▼ 190 -2.09%)의 엔진 사업부가 통합해 탄생했다. 6대 4의 지분율로 출범했는데 두 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사업 수주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곧바로 자본을 까먹는 등 고전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새로 유상증자에 들어오고, 삼성중공업 지분율을 낮추면서 그나마 기업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종 지분율은 한국중공업 51%, 삼성중공업 32%, 대우중공업이 17%로 정해졌다. HSD는 각각 한국과 삼성, 대우의 줄임말이다.

이후 2000년 말 한국중공업이 민영화되면서 두산그룹에 팔리자 HSD엔진도 두산그룹 아래로 들어갔다. 불과 2년 사이 회사 설립과 경영권 분쟁, 추가 증자, 민영화 등의 급격한 변화를 겪은 것이다.

두산그룹 품으로 들어간 뒤 2007년 수출 10억불탑을 수상하는 등 안정화되는가 싶었지만 이번엔 두산그룹 재무 위기가 문제가 됐다.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이 자금난에 빠지고, 결정적으로 주 매출처였던 대우조선해양이 부실화되면서 2011년 1월 2만3000원대였던 두산엔진 주가는 2016년 1월 1600원대까지 추락했다. 결국 두산그룹은 두산엔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18년 3월 주인이 인화정공 (6,210원▼ 1,040 -14.34%)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로 바뀌었다. PEF는 인수 이후 사명을 다시 예전 HSD엔진으로 바꿨다.

오랜 고전을 거쳐 올해는 비상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만 매수 의견 리포트도 두건이나 나왔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조선업 턴어라운드로 HSD엔진 영업실적은 급격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7000원을 제시했다. 김현 메리츠 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수주 잔고의 44%를 차지하는 대우, 삼성중공업 LNG선 엔진과 DF(Dual-Fuel) 엔진의 수주 확대로 엔진부문 경쟁력이 재입증 될것" 이라면서 "수주 회복에 힘입어 매출액은 18년 약 5100억원에서 19년 7500억원으로 급증하며 3분기부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정부의 갑작스러운 빅딜 추진으로 '시계제로'가 됐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아직 추진 중이어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빅2 체제가 되면 그 만큼 저가 수주 가능성이 낮아지고, 삼성중공업 물량은 상대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제 주가 반응은 다소 과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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