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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도 버틴 TSMC "한·일 통상분쟁이 최대 리스크"

오팔86 2019. 7. 19. 13:53

삼성과 경쟁사, 일본 한국 제재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ICT 업황에 실적 좌우되기 때문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가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도 견실한 실적을 내놨다. 그러나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선 "한⋅일 통상분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경쟁 관계여서 한⋅일 관계 악화 수혜주로 꼽혔던 TSMC마저 불똥이 튈까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TSMC는 18일(현지 시각) 올해 2분기(4월~6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2410억 대만달러(약 9조1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전분기 보다 10.2% 늘었다. 순이익은 667억대만달러(약 2조53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7.6% 줄었지만, 전분기보다는 8.7% 증가했다.

 

대만 TSMC 본사 전경. /TSMC 제공

 

TSMC의 올해 2분기 매출을 미 달러로 환산하면 77억5000만달러다. 환율 영향으로 달러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줄었지만,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내놓았던 매출 예상치( 75억5000만~76억5000만달러)는 소폭 웃돌았다. C.C 웨이(C.C. Wei) TSMC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직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업황이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지만, 하강 사이클의 바닥을 지났고 수요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TSMC가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매출 비중이 24%로 가장 높은 16·20나노(nm) 반도체 매출이 1분기보다 56% 늘어난 덕이다. 삼성전자와 수주전(戰)을 벌이고 있는 7나노 반도체 매출은 21%를 차지했지만, 성장률은 5%에 불과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저가 스마트폰용 판매 비중이 늘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2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하반기 실적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TSMC는 3분기 매출 예상치로 91억~92억달러를 제시했다. 2분기보다 매출이 18%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간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수 있느냐"는 투자자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또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에서 각각 -3%, -1%로 하향 조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TSMC가 연매출 증가를 확언할 수 없는 배경으로 ‘한⋅일 통상분쟁’을 꼽았다는 것이다. 마크 리우(Mark Liu) TSMC 공동 최고경영자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기술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무역 분쟁이 향후 몇달간의 중대한 불확실성(Major Uncertainty)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 /삼성전자 제공

 

TSMC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 (46,800원▲ 700 1.52%)와 경쟁을 펼치고 있어 일본의 한국 제재가 호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지만 악재가 될 수도 있음을 털어놓은 것이다. 복잡한 속내의 배경에는 ICT(정보통신기술) 업황 변화에 민감한 TSMC의 사업구조가 있다. TSMC는 주문받은 반도체를 대신 제작해주는 파운드리 업체다. ICT 업황이 악화하면 ‘일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는 한⋅일 통상분쟁이 5G(5세대) 생태계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을 TSMC가 특히 우려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TSMC는 5G 도입에 큰 기대감을 보여왔다. 웨이 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도 "2020년엔 5G가 스마트폰·네트워킹·인프라·차량·고성능컴퓨팅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TSMC는 퀄컴·애플의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생산을 도맡고 있다. TSMC 매출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45%에 달한다. 한⋅일 무역분쟁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5G 생태계 도입이 늦어진다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에 차질이 생기면 퀄컴 칩셋 수요가 줄고, 삼성전자 D램 납품에 문제가 생기면 애플 아이폰이 타격을 입는다"며 "파운드리만 봐선 TSMC와 삼성전자가 경쟁사지만, 글로벌 ICT 생태계를 돌아보면 상생 관계나 다름없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듯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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