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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車 한국서 만들긴 싫고 팔고는 싶고...한국GM 8000억 지원받고 '딴마음'

오팔86 2019. 8. 1. 02:07

최근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를 수입차로 공식 인정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더 이상 국내에서 중저가 승용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타이틀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GM이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출시를 앞두고 수입차협회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전시된 트래버스(왼쪽)와 콜로라도/한국GM 제공

 

 

30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GM은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신규회원으로 등록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한국GM이 회원 가입 요건은 충족하고 있지만, 이사회 결의 등 관련 세부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등록이 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평과 창원 등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GM은 국산 자동차 제조사로 분류된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자동차 (3,330원▼ 110 -3.20%), 르노삼성 등으로 구성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도 가입돼 있다. 만약 수입차협회까지 가입할 경우 국산차이면서 수입차이기도 한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한국GM은 최근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종이 늘고 있기 때문에 수입차협회에 가입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형 SUV 이쿼녹스를 수입해 판매 중인 한국GM은 하반기에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를 잇따라 들여올 예정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래버스, 콜로라도에 이어 대형 SUV 타호까지 들어올 경우 수입차종이 국산차종의 비중을 넘어서게 된다"며 "쉐보레 브랜드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고려해 수입차협회 회원사 가입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의 수입차협회 가입이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판매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에서 결정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산차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현대·기아차 등에 철저히 밀리고 있지만, 수입차로 분류될 경우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등 고급 브랜드에 비해 오히려 가격이 저렴해 보이는 ‘착시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GM의 고민은 현재 국내 판매를 앞둔 트래버스, 콜로라도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과 맞닿아 있다. 먼저 수입됐던 이쿼녹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트래버스, 콜로라도가 수입차라는 점과 독일차나 일본차 등에 비해서는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한국GM이 지난해 출시한 중형 SUV 이쿼녹스는 당초 판매 부진을 해결할 신차로 기대를 모았지만, 국산 차종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한국GM 제공

지난해 6월 국내에서 판매가 시작된 이쿼녹스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현대차 싼타페를 견제할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많아 결국 제대로 안착하는데 실패했다. 출시 당시 이쿼녹스의 가격은 2987만원에서 3892만원으로 2895만원에서 3635만원에 판매된 싼타페 디젤 2.0에 비해 100만~200만원 비싸게 책정됐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곧 판매가 시작될 트래버스의 가격은 5000만원대 초반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4000만원대의 가격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보다 비싸다. 그러나 수입 SUV 시장의 인기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5460만원부터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차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부각된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의 시도에 대해 모호해진 정체성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국내에서 제대로 승부를 보려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거나 다양한 옵션을 기본사양으로 포함시켜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교묘하게 브랜드의 이미지만 바꾸는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국GM의 수입차협회 가입 시도가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국내에서의 고용과 생산, 지속 성장을 위해 투자 를 확대하기로 약속했던 것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너럴모터스(GM)가 국내에서 만드는 중저가 차량을 외면하고 있는데, 정작 GM은 대형 SUV 등 수익성 높고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차종을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모순에 빠져 있다"며 "결국 GM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종을 바꿔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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