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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가이드
삼성운용, 유가 하락 불똥… ETF 투자자에 줄소송 본문
일부 투자자 최대 6.6% 수익 줄어… 금감원 민원도 폭주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 국제유가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가 소송전에 휩싸였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 투자자 220명(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오현)은 14일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에정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투자자 2명(법률대리인 법무법인 강남)도 서울중앙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KODEX WTI원유선물(H)은 시가총액 1조2665억원(12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에 상장된 WTI ETF 중 최대 규모펀드다.
투자자들이 줄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지난달 22~23일 삼성자산운용이 이 ETF에 편입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6월물에서 7,8,9월물로 임의 변경한 후 투자자에게 뒤늦게 알렸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삼성이 편입 자산을 임의로 바꿔 투자이익이 줄었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에도 400건 가량의 관련 민원이 제기되는 등 삼성의 ETF편입 자산 변경에 대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스크린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소송은 KODEX WTI원유선물(H) 투자자로 구성된 인터넷 카페에서 모집된 집단소송이다. 집단소송의 소송인단은 지난달 22일 밤부터 23일 새벽 사이 삼성 측이 투자자에게 사전 고지없이 ETF에 편입돼 있던 WTI 6월물 비중을 79.2%에서 32.9%로 낮춘 후 대신 7월, 8월, 9월물을 나눠 편입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WTI 5월물 가격이 지난달 20일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21일 6월물 가격이 급락하자 투자자의 손실을 커질 것을 우려해 편입 자산 비중을 조절했다. 그러나 유가의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우려한 삼성 측의 예측은 빗나갔다. 다음날인 23일 6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41.4% 급등했다. 삼성은 6월물 비중을 줄이고 7월, 8월, 9월물로 ETF자산을 분산했는데 6월물 가격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도 감소했다.
소송인단 관계자는 "1차 소송단은 일단 220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며 모집됐지만 뒤늦게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투자자도 많다"며 "삼성의 조치로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지, 몇 명이 피해를 봤는지는 현재 정확히 알 수 없다"라고 했다.
개별 투자자가 얼마의 손해를 봤는지는 시기별로 달라진다. 삼성자산운용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4월 22일부터 28일까지 기간별로 기존 6월물 편입이 유지됐을 경우와 삼성의 조치로 7,8,9월물을 편입한 경우의 수익률 차이가 조금씩 달라진다.
27일까지 누적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6월물만 편입돼 있었을 경우보다 7,8,9월물로 나눠 편입한 ETF는 6.6%가 덜 올랐다. 1억원을 이 ETF에 투자했다고 하면 삼성의 조치로 660만원의 수익이 줄어든 셈이다. 삼성이 월물교체를 한 후 하루가 지난 시점인 24일까지의 수익률을 비교해도 5.9%가 덜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ETF를 매도한 경우 삼성의 조치로 5.9% 낮은 가격에 팔았다는 의미다.
반면 28일까지의 누적수익률은 오히려 삼성의 조치로 7,8,9월물로 나눠 편입한 경우가 2.7%포인트 수익률이 높았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기간별 WTI선물 가격과 ETF가격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가 발생한다"며 "28일까지의 수익률을 보면 오히려 7,8,9월물로 나눠 편입한 조치 때문에 더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5월물 가격이 마이너스까지 하락한 사례가 나온 상태에서 6월물 가격도 급락할 경우 투자자 손실이 막대해져 어쩔 수 없이 7,8,9월물 WTI로 편입자산을 교체했다는 입장이다. 6월물 가격이 5월물 가격처럼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ETF는 상장폐지되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은 전액 잃게 된다.
삼성자산운용관계자는 "1조원 이상 되는 펀드가 한순간에 사라질 가능성을 그대로 방관할 수는 없어 긴급하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법률대리인 선정 등 절차를 통해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제시한 신탁약관에 따르면 이 ETF는 시장상황을 감안해 WTI 등 운용대상 자산의 구성을 변경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신속민원처리센터에는 이번 삼성자산운용 사태와 관련 400건 가량의 민원이 접수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관련 민원이 늘어났다"면서도 "아직 피해액이 얼마인지도 정확하게 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감원이 나서서 삼성측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했다.
KODEX WTI원유선물(H) 신탁약관. 운용대상 자산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삼성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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