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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가이드
코스피, 19개월 만에 2500선 깨졌다…‘자이언트스텝’ 공포 심화 본문
11.54포인트(0.46%) 내린 2492.97로 마감
외국인 8거래일 간 3조원 순매도
코스닥은 800선 간신히 지켜
“75bp 인상 확률 98% 넘어” VS “이번에 50bp 올리고 상황 볼 것”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려온 코스피지수가 결국 2500선을 내줬다. 지난 2020년 11월 13일(종가 2493.87) 이후 19개월 만의 일이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6월 정례회의를 이틀 앞둔 상황에서 기준금리의 75bp(0.75%포인트) 인상론이 힘을 얻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8거래일 연속 ‘팔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액은 약 3조원에 육박한다.
단기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5월 ‘물가 쇼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75bp 올리는 것)으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자이언트스텝의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FOMC 이후 우리 증시가 단기간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 19개월 만에 2500선 붕괴…삼성전자 6만1100원까지 내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54포인트(0.46%) 내린 2492.97로 마감했다. 이날 개장과 함께 2500선을 내준 코스피지수는 오후에 들어 낙폭을 줄였으나, 결국 2490대에서 장을 마쳤다.
하락장을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였다. 장 초반까지만 해도 개인이 팔고 외국인과 국내 기관이 저가 매수를 하는 형국이었으나, 오후에 들어 상황이 변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현물시장에서 총 2787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2523억원어치를 팔며 지수의 하방 압력을 높였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액은 총 3조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61,900원 ▼ 200 -0.32%) 주식은 총 1조8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카카오그룹의 두 핀테크 기업 카카오뱅크(35,350원 ▼ 650 -1.81%)와 카카오페이(77,000원 ▲ 600 0.79%)는 총 54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국내 기관과 개인은 이날 1934억원, 418억원어치를 각각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는 오전 11시까지 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으나 오후 들어 ‘사자’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종목들은 대체로 하락 마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32% 내린 6만1900원에 마감했으며, 장중 한때 6만11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2020년 11월 13일(장중 최저가 6만10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19개월 내 최저가를 기록하자 오전 중 외국인 및 국내 기관의 매수세가 800억원 이상 순유입되기도 했으나, 일시적인 ‘저가 매수’에 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추세적 반등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을 보고 저가 매수를 한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섣부른 투자보다는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장중 한때 804.38까지 내리며 800선 사수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전날보다 5.19포인트(0.63%) 내린 823.58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의 하락은 개인의 매도세가 이끌었다. 개인은 하루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총 987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비엠(535,900원 ▲ 24,400 4.77%), 셀트리온헬스케어(60,900원 ▲ 1,000 1.67%), 펄어비스(58,100원 ▼ 400 -0.68%), 컴투스(81,400원 ▼ 300 -0.37%) 등 시총 상위 종목들을 대거 팔았다.
◇ 단기 시장 참여자 98%, 자이언트스텝 예측…전문가들 “50bp 인상이 현실적”
어제에 이어 이틀째 지속된 하락장은 물가 쇼크로 인한 긴축 공포에 기인한다. 10일(이하 현지 시각)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오르며 41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전망치보다도 0.3%포인트 높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쇼크는 연준이 오는 14~15일로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13일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오자, 긴축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는 한층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14일 오후 12시 18분(현지 시각) 단기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확률이 98.3%에 달한다고 봤다. 하루 전(23.2%)과 비교해 대폭 높아진 응답률이다. 일주일 전의 응답률은 3.9%에 불과했다.
다만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자이언트스텝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6월과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씩 인상한 후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완화를 확인하고, 9월부터 인상폭을 25bp로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가 지난 달 내놓은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보스틱 총재는 지난 달 23일(현지 시각) “연준이 6월과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50bp씩 올린 뒤 9월 회의에서는 인상을 일시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역시 이 같은 견해에 동의했다. 정 상무는 “페드워치 툴은 일종의 여론조사로, 5월 CPI가 발표된 직후 단기 금융 시장 참여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리며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5월 CPI가 예상치를 웃돈 것은 맞지만, 연준이 기존 입장을 철회할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주 금요일 발표된 미국의 CPI 컨센서스가 8.4%였고 실제 발표된 수치가 8.6%였는데, 이 0.2%포인트의 차이가 자이언트스텝의 가능성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만 생각하고 금융 시장의 혼란에는 관심 없는 기관이 아닌 만큼, 자이언트스텝을 감행하기 보다는 기존 입장대로 50bp를 인상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 역시 “연준이 시장 참여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준금리를 75bp 올린다면 시장이 받을 충격은 상당히 클 것”이라며 “물가도 근원CPI(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오히려 둔화한 만큼, 연준 입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일단 50bp를 올리고 나서 상황을 본 뒤 7월 인상폭을 결정하는 편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FOMC 이후 우리 증시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정 상무는 “연준이 예정대로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50bp 올리고 나면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의 드라이빙시즌(5월 말 메모리얼데이부터 9월 노동절 연휴까지의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므로, 얼마 못 가 다시 약세장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이후 물가가 진정될 신호가 나타나고 국채 10년물 금리가 하향 조정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도 우리 증시에 다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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