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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주식 투자에 빠진 고위공직자… 코로나19 수혜주부터 신라젠까지

오팔86 2022. 8. 31. 11:28

공직자 재산공개 바이오주(株) 투자 현황 보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바이오주만 37종목
신라젠 50주 보유한 김대기 실장 ‘투자 실패’
최상목 장녀, 광동제약 바이오 전문 사모 펀드 출자

 

 

                                                                                 그래픽=손민균
 
 

새 정부의 고위공직자와 가족들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거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바이오주만 37개 종목을 보유했다고 신고했고, 최상목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딸은 바이오벤처에만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출자했다고 신고했다. 이 밖에 아내와 아버지 등 가족이 제약·바이오 기업에 2억원 가까이 투자한 사례, 존슨앤드존슨·노바백스 등 미국 대형제약사(빅파마)에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31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등록한 재산공개대상자 184명의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상장주식만 2억905만원 상당을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바이오 관련 종목만 37개 보유한 ‘하드코어 바이오 투자자’였다. 다만 보유한 주식 숫자는 적은 ‘모종 뿌리기’ 투자 성향을 보였다.

 

이 장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5주), 셀트리온제약(11주), 셀트리온헬스케어(30주), HK이노엔(88주), LG화학(5주) 등 대형주와 유한양행(24주), 동아쏘시오홀딩스(12주), 제일약품(19주), 지씨셀(4주), 한미약품(4주), 삼천당제약(31주), 유비케어(424주), 영진약품(133주) 등 전통 제약주를 갖고 있었다. 코로나19 수혜주인 신풍제약(37주), 제넥신(15주), 현대바이오(129주), 셀리버리(37주)과 진단키트주인 씨젠(37주), 엑세스바이오(79주), 보톡스 필러업체인 휴온스(11주), 휴젤 (24주), 파미셀(90주)도 보유했고, 혁신 신약을 만드는 레고켐바이오(44주), 박셀바이오(31주), 에이비프로바이오(1650주), 오스코텍(45주), 제넨바이오(167주) 등도 갖고 있었다.

 

이 장관은 디지털치료제 라이프시맨틱스(93주)와 마이크로바이옴 벤처인 CJ바이오사이언스(74주), 올해 초 직원 횡령 사건으로 거래가 정지됐던 오스템임플란트(12주)도 갖고 있었다. 이 장관이 보유했던 바이오주 현재 가치는 5110만원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바이오 주가가 최근 1년 동안 크게는 70%, 적게는 50%씩 추락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바이오주가 고점을 찍었을 때 이 장관 보유 주식 가치는 1억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관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사무처장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30여년간 노동계에 있었던 인물이다. 참여정부 때 건설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고, 노동계 출신으론 최초로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 장관은 다만 지난달 주식을 일부 매각해 현재는 2718만원어치만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여성가족부 이기순 차관은 배우자와 함께 ‘코로나19 수혜주’를 여럿 보유하고 있었다. 이 장관은 SK바이오사이언스(47주), 삼성바이오로직스(20주), 에스디바이오센서(21주), 제넥신(73주), LG화학(20주)을 신고했다.

 

이 차관의 배우자는 SK바이오팜(140주), 삼성바이오로직스(5주), 제넥신(65주), 프롬바이오(56주) 등 국내 바이오주식은 물론 4900달러 상당의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 리제네론파마슈티컬, 메드트로닉 등 미국 바이오주도 신고했다. 이 차관 부부는 5억6239만원 상당의 상장주를 갖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바이오주의 현재 가치는 총 5483만원으로 10% 수준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의 가족은 바이오주에 2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본부장은 한미약품(149주), 배우자는 HLB제약(3000주), 광동제약(1000주), 동구바이오제약(2500주), 셀트리온헬스케어(102주), 에이비엘바이오(600주)를 보유했다.

안 본부장의 아버지도 의료기기 기업 루트로닉(2569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가로 평가하면 1억8663만원으로 2억원에 육박한다. 안 본부장 가족은 6억6512만원 규모의 상장주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는데, 바이오주 비중이 30%인 셈이다.

 

서울중앙지방검 송경호 검사장의 배우자는 상장주에 3억1668만원을 투자하고 있었는데, 바이오만 10종목 보유한 ‘바이오 투자자’였다. LG화학과 SK바이오팜, 종근당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형주는 물론 랩지노믹스, 비보존헬스케어, 지놈앤컴퍼니, 파멥신, 파미셀, 피씨엘, 피플바이오 등 바이오벤처 주식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비상장 바이오벤처의 주식인 입셀(YiPSCELL Inc.)을 285주 갖고 있다. 입셀은 유도만증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벤처로 이제 시리즈B를 갓 마친 상태다. 송 검사장의 아들도 LG화학(10주)을 갖고 있었다.

 

제약·바이오 전문 투자로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대통령비서실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의 장녀는 케이디바이오5호투자조합에 5000만원을 출자(지분율 1.8%)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디바이오5호투자조합은 광동제약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 KD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한 펀드로 제약·바이오에만 투자한다. 광동제약이 5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바이오주 투자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진단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바이오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1년을 놓고 보면 투자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여러 공직자 가족이 투자한 셀트리온, LG화학을 비롯한 바이오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많게는 70%, 적게는 30%씩 떨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지난해 8월 36만원대까지 치솟았으나 현재는 3분의 1토막이 난 11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국산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 유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6만1300원까지 올랐지만 전날 1만4950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인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우 지난해 8월 2만7000원대였던 주가는 전날 1만605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바이오주 투자에 완전히 실패한 사례도 눈에 띈다. 일례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신라젠 주식을 50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젠은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2년 넘게 주식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신라젠은 다음 달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재개 심사를 받게 된다.

 

이 밖에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유바이오로직스(130주), 한올바이오파마(250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백신 개발 전문 업체로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유코백)을 개발하고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배우자는 차바이오텍 2000주, 파미셀 500주 등 3670만원 규모의 바이오주를 보유했고, 행안부 이상민 장관은 JW중외제약보통주 18주, JW홀딩스보통주 567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중외제약의 오너 외손자와 이 장관의 자녀가 혼인해 문제가 됐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등 제약 바이오 주식을 보유했다고 신고해 논란이 됐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셀트리온 1320주, 종근당 4주, 코미팜 1384주 등 갖고 있었으나 전량 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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